14살 소녀 4년간 용돈 모아, 우간다에 사랑 심어

어려운 이웃위해 봉사하는 삶 살고 싶어요
힘들 때 기도하면 하나님 응답하셔요
 
 우리교회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교회다. 세계의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 예수님의 사랑을 그들에게 전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제38회 세계순복음선교대회와 함께 훈훈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교회 변재원 양은 얼마 전 (사)굿피플을 통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한 성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나 지구촌 이웃들을 위해 성금을 내어놓긴 하지만 재원 양은 겨우 14살이란 점을 고려할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히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리카의 많은 아이들이 굶주려 힘들어하는 사진들을 보게 됐어요. 아이들이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한 모습을 보고 슬픈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가진 살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제가 모은 돈을 사용하려고 마음 먹었어요”

 대부분 청소년기 때는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 항상 용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재원 양은 4년 전부터 용돈을 모았다고 한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씀씀이가 크지 않았던 탓에 은행에 꼬박꼬박 저금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법 돈이 모이자 무엇을 위해 사용할까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구입하는데 사용할까 생각도 했는데 최근 읽은 닉 부이치치의 ‘허그’라는 책을 통해 큰 감명을 받으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특히 책 마지막 챕터에서 닉의 ‘남을 섬기는 삶’에 대한 고백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에서 본 아프리카 아이들의 어려운 모습을 보았던 것이 불씨가 되어 자신이 지금까지 모은 용돈 전부를 성금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아빠와 엄마 모두 제 결정에 놀라시고 기특하다고 칭찬해주셨어요. 2주 전에 엄마와 오빠 그리고 언니랑 함께 굿피플에 가서 성금을 전달했어요. 더불어 성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재원 양이 전달한 성금은 아프리카 우간다에 살고 있는 9살 남자아이 체우쿠이자베스를 2년 동안 후원하고 그 곳 현지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설립하는데 사용된다.

 “그 친구를 위해 편지도 썼어요. 꿈이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한국에서 응원하겠다고.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고 사진을 보니 너무 말랐던데 살 찌워주고 싶다고 했어요”
 사실 재원 양 나이 또래들에게 100만원은 매우 큰 금액이다. 일반 성인들도 아프리카아이들을 위해 100만원을 성금으로 내놓기는 정말 쉽지 않다.

 재원 양이 이렇게 성금을 쾌척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재원 양의 아버지는 변성우 목사다. 선교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네팔에서 살았던 재원 양은 아버지의 사역을 보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항상 피부로 느껴왔다. 아버지는 특별히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해야한다’ 말씀하신 적이 한번도 없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이웃을 섬기는 삶을 배웠다고 한다.

 네팔이야기를 궁금해 하자 재원 양은 얼굴에 흐믓한 미소를 가득 담고 ‘행복’이라는 단어를 꼽았다. “네팔에 있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 행복했어요. 어려서 교회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기만 했지만 소중한 추억이에요. 지금도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의 소식을 알고 있고요. 어른이 되면 꼭 만나고 싶어요”

 하나님께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 당연했던 재원 양이기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도 당연함의 일부였다. 재원 양은 힘들 때 하나님께 기도로 구하고 기다리면 꼭 응답해주신다고 고백한다.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국제학교에 편입했지만 한국어로 수업이 진행되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힘들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괜히 엄마께 화도 내고 짜증도 부렸는데 엄마가 먼저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재원 양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영어로 말하는 것이 더 편하다. 많은 선교사의 자녀들이 낯선 타지에서 언어와 문화, 환경에서 문제와 맞닥뜨리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역시나 한국 아이들처럼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겪는다.

 재원 양도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기도하면서 울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기도하면 할수록 마음이 평안해지고 원망과 불평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반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공부도 한결 수월해졌다. 어려운 수학을 제외하고 모두 A라고.

 “아마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선교사님들의 자제들 중) 친구나 동생들이 있을 거예요. 그들에게 꼭 먼저 기도하고 기다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것 외에는 정답이 없어요”

 재원 양의 꿈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닉 부이치치의 책이나 봉사활동을 통해 섬김을 통한 기쁨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학교 친구들과 요양원에 찾아갔다. 친구들과 율동팀을 만들었는데 선생님께서 봉사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하셨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율동을 선보이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스스로도 행복했다고 한다.

 “말주변이 없어서 남들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구호기관 등에서 일하고 싶고, 앞으로도 고아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봉사도 참여하고 싶어요”

 나눔의 기쁨을 알아버린 재원 양은 요즘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기 위해 기도 중이다. 예수님께서 나누는 마음을 가진 재원 양에게 밝은 빛을 비춰주시고 인도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글=복순희·정승환 기자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