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건강 때문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헬스클럽에 등록도 하고, 등산도 다니고, 조깅도 하다가 포기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이번에 마음을 모질게 먹고, 걷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해질 무렵 한강 시민공원으로 나가 자전거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금새 한두 시간이 지나갑니다. 강물도 보고, 사람들도 보고, 차들도 보고, 강 건너 빌딩도 보면서 걷다보면 지치지도 않고 싫증도 덜 납니다. 헬스클럽에서는 옆 사람 따라 경쟁심이 생겨서 무조건 무거운 것을 들다가 쉽게 지쳐서 포기한 전례가 많았지만, 그냥 나만의 속도로 걷는 것은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한강 물길을 따라 곧게 때로는 굽이굽이 이어진 산책로에는 또 하나의 매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눈높이가 수면과 가까워지면서 강 건너 빌딩 숲과 아파트, 한강 다리 등이 훨씬 높고 커 보이고, 하늘도 훨씬 더 넓어보인다는 점입니다. 도로와 건물에서 무심코 내려다본 한강이 별다른 매력이 없는 무채색에 가까웠다면, 다리 아래쪽에서 올려다본 강변 풍경은 화려한 유채색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줄잡아 수백 번은 지나쳤을 한강인데, 단지 눈높이를 다르게 했더니 이렇게 다른 느낌을 주는구나 싶습니다. 

 사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주변 사물도, 사람도, 모두 그냥 그대로 그곳에서 존재할 뿐인데 우리가 어떤 눈높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됩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어떤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아귀처럼 다투는 세상의 모습만 보면, 사는 것이 끔찍하지만 이타심과 선한 마음으로 서로 돕는 세상의 모습을 보면, 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여기게 마련입니다.

 또 하나의 교훈, 눈높이를 높이는 것보다는 낮추는 것이 쉽다는 점입니다. 근사한 풍광을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올려다보는 자연의 모습도 그에 못지않게, 아니 때로는 더욱 훌륭하다는 사실입니다. 사람 사는 이치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높은 곳의 사람과 낮은 곳의 사람이 갖는 눈높이는 당연히 같지 않습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같은 위치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럴 때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계층 갈등이나 양극화의 문제도 같은 방법으로 생각한다면 해결이 더 쉽지 않을까요? 결국 가장 훌륭한 사람은 눈높이를 낮춰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처지와 입장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까?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