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선진 전도사 가족 가운데는 김    일 목사 내외 오른쪽은 김선교 목사 가족

"우리는 일본 복음화 위해 부름받았습니다"

가족 목회로 시너지 효과 거둬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공존해 옛부터 문화·경제 중심 도시였던 후쿠오카. 중국과 한국사이에서 무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해왔던 후쿠오카는 현재 인구 140만명이 살고 있는 일본 큐슈의 최대 도시다.
 일본은 많은 우상을 섬기는 나라로 기독교 복음화율이 1%미만이다. 하지만 1990년 후쿠오카로 건너가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파, 지역 최대 교회로 성장시킨 한인 선교사가 있다. 바로 김 일 목사다.

 “후쿠오카로 가겠습니다”

 김 일 목사가 선교를 목적으로 일본으로 떠난 건 1986년 10월이었다. 아내 최부경 사모와 5살인 큰 아들 선교와 함께였다. 순복음도쿄교회 부교역자로 간 김 일 목사는 이듬해인 87년 지바순복음교회를 개척했다. 지바에서 김 목사가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인들이 집을 세주지 않은 탓이었다. 작은 아파트를 겨우 빌려 가정 교회로 사역을 시작했지만 찬송만 부르면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웃이 신고한 것이었다. 영적 싸움이 대단했다. 어려운 중에도 김 목사는 중국 선교를 도왔다. 도쿄에 있는 한 권사로부터 “일본 돈으로 50만엔만 있으면 중국에 교회 하나를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에 힘겹게 돈을 마련해 중국선교비로 보냈다.

 한 달 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60평 창고가 생기면서 교회를 세워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때 김 목사는 “하나님께 먼저 드리면 채워주신다”는 것을 깨달았고, 무엇이든 하나님께 먼저 드렸다. 김 일 목사는 일본에서 선교할수록 한인보다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기도 끝에 그는 하나님께 응답을 받고 조용기 목사에게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본인들만 있다는 후쿠오카로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용기 목사는 당황했지만 이내 김 일 목사의 후쿠오카 행을 승낙했다. 1990년 후쿠오카에 도착한 김 일 목사는 벅찬 기대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당장 일본말로만 설교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쳤다.
 김 일 목사는 일본어 성경을 통해 언어를 익혔다. 그래서 일상적인 대화체 구사가 어려워 사람들과 일본어로 말할 때면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만 전했다. 그런데 말 속에서 영적 파워가 배어나왔다. 영적 권위가 담긴 말은 오중복음과 삼중축복의 말씀과 합쳐지면서 성령의 역사를 일으켰다.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변화가 생겼고, 기적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교회로 몰리면서 부흥이 시작됐다.

 김 일 목사는 일본에서 사역할 때 일본의 우상 문화와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가정마다 있는 불단을 없애고 철저히 우상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한 신학교 교수가 김 목사를 가리켜 “문화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따리 싸서 제 나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얼마 후 강의 도중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김 목사는 자신을 공격했던 교수의 병실을 찾아 그가 낫기를 바라며 안수기도를 했고, 교수는 곧 회복됐다. 이후 교수는 더 이상 김 목사를 괴롭히지 않았다.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바라보고 했던 목회는 이제 후쿠오카 외에 큐슈 지역에 8개 교회가 세워지는 기적을 낳았다. 이중 2개는 독립됐고, 성도 수는 500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는 대단한 숫자였다.
 후쿠오카순복음교회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후쿠오카기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기독교 대안학교의 롤 모델로 정평난 이 학교는 6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김 일 목사 아내인 최부경 사모와 두 아들의 도움으로 성경적인 가르침과 진화론 사이에서 갈등하며 신앙이 흔들렸던 아이들이 믿음을 회복하며 그리스도의 용사들로 양육되고 있다.

 ‘선교’라는 이름에 얽힌 사연

 김 일 목사의 큰 아들 이름은 ‘선교’다. 하지만 태어날 때 지어진 이름은 ‘순교’였다. 아들을 낳으면서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한 김 일 목사가 선교하다 순교하면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로 순교라는 이름은 ‘선교’로 바뀌었다.
 김 일 목사의 큰 아들 김선교 목사는 실제 신학대학원 3학년 때 순교할 각오로 아프가니스탄 선교를 세 번 다녀온 적도 있다.

 선교활동에 열정적인 김선교 목사가 처음부터 목회자를 꿈꾼 것은 아니다. 부친의 목회사역으로 어릴 때부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탓에 변호사가 돼 부친의 사역을 후원하는 게 꿈이었다. 한동대에 입학했고 국제법과 국제경영을 전공하며 사회적 성공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당시 부친이 한국 돈으로 50억원이 필요한 교회 건축을 은행 빚 하나 없이 기도만으로 건축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를 깨우쳤다. 마침 부친이 대학 4학년이던 그에게 “돈을 벌어 뭘 하려느냐”며 신학대학원 입학을 권유했다. 김선교 목사는 ‘선교’라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라며 부친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 입학한 김선교 목사는 온누리교회 청년부와 일본어예배부에서 사역하며 자신에게 찬양 인도의 은사가 있음을 알았다. 현재 김선교 목사는 후쿠오카순복음교회에서 찬양사역을 담당하며 부친의 사역을 돕고 있다.

 “도를 찾아 인도로 떠나겠습니다”

 김 일 목사의 둘째 아들 김선진 전도사는 교회에서 청년 사역과 영어 통역을 맡고 있다. 김 전도사가 성령의 불을 받아 사역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였다.
 김선진 전도사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인학교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했다. 한국인이 일본인학교 정식교사로 활동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군다나 밤에는 라디오 DJ로 활동해 신문 헤드라인 기사로 오르기도 했다.

 화려한 삶이었지만 김선진 전도사는 행복하지 않았다. 목사인 부친의 체면을 생각해 주일이면 교회에 나왔지만 그 외에는 세상적인 삶을 즐겼다. 그럴수록 영적으로 목말랐다. 타종교나 요가 등에 심취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급기야는 인도로 떠나겠다며 가족들을 당황케 했다. 김 일 목사는 “가족 관계를 끊겠다”고 했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가족은 기도 작전을 세워 눈물로 중보했다.

 2008년 크리스마스 무렵, 막 인도로 떠나려던 아들을 불러 세운 김 일 목사는 “진심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면 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기도해보자”고 권고했다. 아버지의 마음을 받아들인 둘째 아들은 기도에 나섰고, 하나님을 영적으로 만나면서 180도 뒤집어졌다. 성령체험 후 김선진 전도사는 신학을 공부했고, 현재 후쿠오카 복음화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닮고 싶은 목사 상은 ‘아버지’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온 김선교 목사는 말이 안통해 꽤 애를 먹었다. 초등학교 때는 우상에 대해 배워야 하는 것으로 힘들었고, 소풍갈 때면 신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해 교사와 친구들의 눈총을 받았다.
 교회개척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컸지만 부모를 원망한 적은 없었다. 김선교 목사가 생각하는 아버지 김 일 목사는 사랑이 많은 분이었다. 물질적 풍요는 없었지만 “아버지는 은혜로운 분이셨고, 나를 기도로 키워주신 고마운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또 “목사로서도 아버지를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일본사람을 대상으로 선교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바라보며 힘든 사역을 감당해 오신 아버지를 뵐 때면 자랑스러웠고, ‘과연 아버지처럼 사역자의 사명을 감당할 만한 자세를 갖추었는가. 아버지만큼 하나님께 엎드려 믿고 구할 용기를 가졌는가’ 되돌아보곤 합니다”

 김 일 목사와 김선교 목사 그리고 김선진 전도사 부자는 하나님이 일본 땅에 보내신 사명에 합당한 삶을 충실히 살고 싶단다. 일본 땅 곳곳에서 복음을 들은 일본인들이 하나님께 영광돌리고 나아가 선교사를 많이 보낼 그날을 기대한단다. 그래서 날마다 오중복음 삼중축복의 순복음 깃발을 들고 ‘기드온과 300용사’처럼 영적 전쟁에 나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