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시력 잃고 안마사로 진로 변경
이영훈 목사 안수 받고 함몰된 광대뼈 빠르게 회복

 업무상 눈을 많이 쓰는 일을 하던 나는 2006년 시력을 잃어 17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2004년부터 눈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등 전조증상이 있었지만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산재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듯 회사를 나오고 나니 그 막막함은 말로 설명이 안됐다. 가족들을 떠올리니 마냥 절망하고 있을 수 없어 안마 자격증을 딸 생각으로 서울맹아학교를 찾았다. 그런데 그곳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만 입학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를 중퇴했던 나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 과정 속에서 잊고있던 하나님과의 첫사랑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서울 맹아학교 입학시험도 무사히 합격했다. 학교에서 나는 나이가 두 번째로 많은 연장자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임했고 기독학생회장을 맡아 활동하며 학우들을 새벽기도로 이끌기도 했다.

 그렇게 학업을 마치고 안마사 자격증을 따 안마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지난 2월,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추운 겨울날이었다. 수요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했다. 떨어질 때 땅에 얼굴이 먼저 부딪혀 광대뼈가 함몰되고 말았다. 오른쪽 광대뼈가 으스러져 옆으로 뼈가 밀려나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얼굴이 퉁퉁 부어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2번의 큰 수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을 하루 앞둔 날 답답함을 잊기 위해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테이프를 들었다. ‘용서와 화해’에 대한 말씀이었다.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벗어주고,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내밀라’는 말씀이 내 귀에 들어왔다. 설교를 들으며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가만히 떠올려보았다. 사실 그때 일하던 곳에서 동료와 작은 갈등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연락해 ‘내가 잘못했다’고 하며 먼저 손을 내밀고 용서를 빌었다. 그래서인지 그날 밤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부어있던 얼굴이 많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옆으로 밀려났던 뼈도 제자리로 많이 돌아와 있었다. 의사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어떻게 된거냐’고 놀라며 내게 말했다. 덕분에 1차 수술은 간단하게 끝이 났다.

 2차 수술은 8시간이 걸리는 대 수술이었다. 얼굴을 다치면서 오른쪽 눈까지 안 좋아져 얼굴보다 눈이 위험할 수 있는 상태였다.

 2차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아 재수술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절히 매달렸다.
 그즈음 이영훈 목사님께서 마침 내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 다른 환자 심방을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구 목사님의 도움으로 나도 이영훈 목사님께 안수기도를 받을 수 있었다. 많은 목사님들께서도 나를 둘러싸고 뜨겁게 기도해주셨다. 그때의 감사와 감격을 잊을 수 없다.

 기도를 받고 며칠 뒤 받은 검사에서 놀랍게도 의사는 내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원래 왼쪽 눈보다 더 시력이 좋지 않던 오른 쪽 눈의 상태가 좋아진 것이다. 이제는 멀리 보이는 사물의 형태를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게 됐다. 회복하려면 오래 걸린다던 수술부위도 지금은 거의 다 회복해 다시 직장에 복귀해 일하고 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나는 하나님께 감사밖에 드릴 것이 없다. 어릴 때 시각장애인이 되지 않고 50세가 넘어 시력을 잃어, 그동안 볼 수 있게 해주셨으니 감사하고,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세상 문화에 눈길 돌리지 않고 하나님만 볼 수 있으니 감사하다.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강서대교구 식구들은 나를 위해 릴레이 금식기도를 해주었다. 이제껏 하나님께서는 때를 따라 내게 돕는 자들을 보내주셔서 나를 품어주셨다. 이제껏 나와 함께하시고 앞으로도 나를 지켜주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