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을 하셨다. 젊은 시절 가정경제를 책임져야했기에 열심히 일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직업이 상대방에게 보험의 필요성을 말하고 공감을 끌어내 가입을 성사시키는 것인데, 자신은 워낙 소극적인 성격이어서 고객확보를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달 책임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애면글면 버텨나갔는데, 어느 날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무릎 연골이 거의 다 마모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했고 고혈압 심장병까지 생겨 매일 약을 먹어야 하게 됐다. 건강이 나빠지자 아들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자식에게 피해만 입히는 것이 참 괴롭다고 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물려주지 못한 터에 병든 몸까지 의탁하고 있는 현실이 몹시 슬프다는 것이다.

 아들의 마음도 과연 그럴까?
 젊은 시절 고생하면서 가정을 꾸려온 어머니가 이제 늙어 도움이 되기는커녕 병치레까지 하신다고 부담을 느낄까? 아닐 것이다. 자식에게 더 해주지 못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처럼 자식 역시 병든 어머니에게 더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자식들은 부모님을 마음의 안식처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혼 여성들이 탄식하기를, 부모님이 계실 때 친정이지 돌아가시면 친정도 남이 된다고 한다. 즉 부모님의 존재 자체가 미치는 영향력이다. 전화만 들면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으시던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전화를 받지 않을 때 마음이 얼마나 쓸쓸한지 모른다. 늙으셔도 재산이 없어도 부모님은 마음의 고향인 것이다.

 모내기 때가 되면 무논에 둥둥 떠다니는 우렁이 껍질을 볼 수 있다. 우렁이는 알을 몸속에 품는데 우렁이 알은 깨어나면 곧장 어미의 몸을 파먹으며 자란다. 자신의 몸을 새끼들에게 다 내어준 어미는 결국 빈 껍질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의 원리로 지으셨다. 그 사랑은 희생을 통해 후대로 이어지고 퍼져간다. 그렇다면 혈통은 곧 사랑의 역사가 아닌가.

 모든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으로부터 존재하는 것이다. 자식들 또한 늙고 병든 부모를 사랑하고 받들어야 할 이유가 거기 있다. 즉, 주고받는 사랑의 원리다.

 할머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들 며느리가 어머니의 건강에 대해 염려하고 마음 써주는 것을 그저 미안하게만 생각지 말고 감사하게 받아들이시면 좋겠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