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성자’ 슈바이처

안정된 대학교수로서의 삶 버리고
아프리카 원시림에서 선교사로 헌신

 “1898년의 어느 청명한 여름날 아침, 나는 귄스바흐에서 눈을 떴다. 그날은 성령강림절이었다. 이때 문득 이러한 행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여기에 대해 나도 무엇인가 베풀어야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조용히 생각해본 끝에 서른 살까지는 학문과 예술을 위해 살고, 그 이후부터는 인류에 직접 봉사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로부터 15년 뒤 슈바이처는 38세의 나이로 의료 선교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향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1875년 독일 알자스 지방 카이저스베르크에서 태어나 1893년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슈바이처는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자이며 음악가이고, 의사이며 선교사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앞서 그는 사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철학과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슈바이처는 1903년부터는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신학부 정교수로 재직하며 목회를 시작했다.

 그는 예수와 바울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했으며 자유주의 신학에서 이어져온 성서 연구를 심화시키는데 주력했다. 그의 저서 ‘예수생애연구사(1906)’와 ‘사도바울의 신비주의(1930)’는 오늘날 현대 신학의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주변 사람들에게 그동안 맡아왔던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고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족과 친구들은 우려를 표하며 만류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마음속에 품은 그의 결심을 흔들지는 못했다. 그보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욱 나은 선교 사역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의사 자격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선교를 하는 데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자신이 교수로 재직 중이던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에 교수와 학생 신분을 병행하며 공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6년간의 분투 끝에 1911년 국가고시에 합격하며 정식 의사가 되었다. 그 이듬해에는 헬레네 브레슬라우와 결혼했으며 그녀 또한 남편의 선교사역을 돕기 위해 간호학을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1913년 4월 슈바이처 부부는 선교지로 정한 아프리카 가봉의 랑바레네 땅을 밟았다. 초기에는 병원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사택 옆의 닭장을 임시 진료실로 사용하는 등 환경이 열악했다. 그러나 의사가 왔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먼 길도 마다않고 병원을 찾았다. 말라리아와 이질, 침식성 종양, 폐렴과 심장병 등 온갖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몰려들었고 슈바이처는 그런 환자들을 치료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했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 국적의 슈바이처는 적국인으로 몰려 억류당했고 1917년에는 프랑스로 송환되어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알자스가 프랑스의 영토로 편입되자 국적을 프랑스로 바꾸었다. 이는 훗날 그가 프랑스 식민지인 아프리카에서 사역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유럽에 머물던 슈바이처는 강연과 연주회 등으로 선교 비용을 마련했다. 그러는 동안 늘 옆에서 헌신했던 부인의 건강이 악화 되었고 1924년 그가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갈 때 그녀는 동행하지 못했다. 슈바이처는 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았던 1913년부터 생을 마감하는 1965년 까지 13차례에 걸쳐서 아프리카에 머물렀으며 그 기간을 햇수로 따지면 37년에 이른다. 나머지 기간에는 유럽 각지를 다니며 강연을 하고 선교비용을 모았다.

 세계는 그의 헌신과 공로를 인정해 1952년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다. 1957년 그의 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다시는 유럽 땅을 밟지 않았으며 1965년 그가 평생을 바쳤던 랑바레네의 병원에서 그의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90세를 일기로 평안히 눈을 감았다.

 슈바이처는 안정된 학자로서의 삶을 버리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다. 인류애를 몸소 실천하며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 그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커다란 교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