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상속 포기할 경우 손자에게 재산권 승계

 갑은 1987년 1월 1일 을로부터 토지와 건물을 함께 사기로 하고, 2월 1일 을에게 매매대금 전부를 우선 지급했다. 그 날 바로 을로부터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만 넘겨받았다. 그런데, 을이 갑에게 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기 전에 사고를 당해 갑자기 사망했다. 다만, 갑은 을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을로부터 건물과 토지 전부를 넘겨받아 거주 중에 있는 반면, 을에게는 성년의 딸 병이 하나 있고, 그 딸에게는 함께 주소지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정이 있다. 병은 친정어머니 을의 사망일로부터 2개월 내에 상속포기 심판청구를 하고, 수리됐다. 병은 친정어머니와 동네 지인인 김파랑 씨 사이의 매매관계를 알고 있고, 아들 정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후에, 정도 그러한 관계를 잘 알고 있다고 갑에게 확인서를 작성한 적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은 정에 대해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을까?

 결론은 가능하다.

 민법은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이 바로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을 규정한다(민법 제1005조). 민법 제1000조는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의 순위로 상속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이내의 방계혈족의 순서이고,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일 경우에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내에 상속의 포기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피상속인의 사망사실과,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한다. 대법원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과 관련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이 개시되고 상속의 순위나 자격을 인식함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통상적인 상속의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앎으로써 그가 상속인이 된 사실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한 바 있다. 제1순위의 상속인인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는 자(子)와 손(孫)이 있을 경우에는, 자는 손보다는 우선하고, 자가 상속개시 후에 전부 상속포기 한 경우에는, 손이 직계비속으로서 상속인이 된다. 이러한 손의 상속은 본위상속이고, 대습상속과는 구분해야 한다. 사안의 경우, 선순위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의 딸 병이 적법하게 상속 포기한 경우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정은 피상속인 외할머니인 을의 포괄적 상속인으로서 갑에 대한 건물소유권이전등기의무도 부담할 수 있다.

 조동현 변호사(종합법률사무소 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