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T.S.엘리어트 ‘황무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엘리어트’의 대표시 ‘황무지’는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겨우내 눈 밑에서 숨죽였던 들판이 봄을 맞아 되살아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삶의 부조리와 고뇌를 암시하는 표현으로 애송되고 있습니다. 총선이 실시된 올해 4월은 잔인한 달이란 표현이 더욱 그럴 듯해 보입니다. 낙선자에게도, 낙선자를 지지했던 유권자에게도 잔인한 시간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인물이 낙선하기도 하고, 의외의 인물이 당선되기도 하는 등 선거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좌절하는 사람에게 4월은 잔인하지만, 다시 도전하는 사람에게 4월은 그저 스쳐가는 작은 사건에 불과합니다. 불신자에게 4월은 잔인한 계절일 수 있지만, 신앙인에게 4월은 축복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의 실패는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신뢰한다면 현재의 시련이 오히려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유권자들 역시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자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4월의 선택이 ‘잔인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정치인들이 공약을 성실히 지키는지 감시하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연애편지’라는 시를 통해 ‘깨어있음’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타협을 배우고/ 결혼을 하면서 안락을, 승진을 위해 굴종을 익히면서/ 삶을 진정 사랑하였노라 말하겠는가/ 민중이며 정치며 통일은 지겨워/ 증권과 부동산과 승용차 이야기가 좋고/ 나 하나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이야 썩어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친구, 누구보다 깨끗하게 살았노라 말하겠는가’(안도현 ‘연애편지’중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행위에 만족하고 정치적 무관심에 빠질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 지 역사가 교훈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표를 주고 관심을 주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정치를 외면한다면, 갈수록 먹고 살기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과 타협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매달린다면, 정치가 썩고 정치인이 부패하고 그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법이 우리 삶을 다시 억압하게 될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4년 임기로 국민을 섬기는 ‘임시직’일 뿐입니다. 잘 할 때는 격려해주고 못 할 때는 혹독한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크리스천들은 정치인들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에 합당한 정책을 펴는지, 성령의 뜻을 훼방하는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는지 잘 감시하기 위해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성령으로 깨어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4월은 ‘축복의 달’이 될 것입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