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은 크리스천의 필수과목입니다”
최초 헌혈, 신장 기증하며 생명나눔 운동 도입
80만명 기증 등록, 3500명에게 새생명 안겨줘

 ‘나눔’이라는 말처럼 수학적 논리를 거스르는 단어가 또 있을까? 나누면 분명 줄어야 하는데 보람과 기쁨이 몇배로 불어나 돌아오니 말이다. 생명이 꺼져가는 이웃을 위해 내 피를 나누고 장기를 나눠 사람을 살리는 것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사흘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평생을 생명나눔에 몸담아 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본부장 박진탁 목사. 그는 매혈이 성행하던 1968년 헌혈 문화를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전국적인 헌혈운동을 펼쳤다. 또한 1991년에는 장기기증에 대해 생소한 이 땅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최초로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해 장기기증운동이 국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장기기증은 헌혈보다 쉬워요. 살아서도 남한테 신장을 기증하고 간을 떼어 주는데 축복된 삶 살다가 세상 떠난 다음에 주는 것은 쉬운 거잖아요. 헌혈을 위해 주사바늘을 찌르는 것은 아파도 사후에 기증하는 것은 아프지도 않아요. 장기기증은 그리스도인들의 필수 과목이에요. 망설일게 아니라 해야 합니다”

 박진탁 목사는 21년동안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사마리아인의 삶을 살도록 독려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그동안 80만이 넘는 장기기증등록자를 모집하고, 생존시 신장이식결연사업도 927건을 진행하며 3500여 명에게 새생명을 안겨줬다. 80만명의 장기기증자들은 뇌사 장기기증, 사후 각막기증을 등록한 사람들인데 그 중 80%가 크리스천이다.

 박 목사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영곡봉사대상, 한신상을 수상했다. 그에게는 자신의 공로를 인정해준 상 보다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의 서약서가 더 값지고 소중하다.
 박진탁 목사의 생명나눔의 시작은 4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석대학병원에서 원목으로 일하던 당시 긴급히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헌혈을 하게 됐다. 그 후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는 환자의 모습을 보며 생명을 살린 기쁨을 얻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해 이 기쁨을 체험하길 원했어요. 그 때 ‘네가 헌혈을 하면 되잖아’하는 주님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바울사도가 이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화가 미칠 것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내가 헌혈운동을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죽겠구나 싶었죠”

 우리나라 헌혈운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1971년 부활주일에 영락교회를 시작으로 교회를 다니며 본격적인 헌혈운동을 벌였다. “헌혈운동은 절대적으로 교회가 앞장서서 했어요.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적극적이었죠. 헌혈운동은 보편화 되고 잘 되니까 1974년 적십자사에 전담을 하도록 하고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했어요”

 잠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박 목사는 미국에서 활발한 장기기증 운동을 보게 됐다. 뇌사자 가족이 장기를 기증해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리는 모습을 본 박 목사는 큰 감동을 받았다. “나를 미국에 보내신 하나님의 뜻이 장기기증 운동을 하라고 보내신 것 같았어요”

 박 목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헌혈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연락을 취하고 장기기증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91년 1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창립 총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총회를 마친 박 목사는 곧바로 한양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박 목사의 타인을 위한 신장기증은 최초인 만큼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 일제히 큰 뉴스로 보도됐다. 방송이 나간 후 사회적 반향이 엄청났다. 환자들의 격려가 쇄도하고 신장 기증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몇년이 지나 장기기증 운동이 자리를 잡아갈 때 한 신문사에서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장기를 팔았다는 악의적인 보도를 하면서 본부가 오랫동안 쌓아온 믿음과 신뢰를 흔들어놨지만 박 목사는 최선을 다해 진실을 알렸고 결국 그 신문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합의를 요청했다.

 박 목사는 장기기증 운동이 활발해지도록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의원 전원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싶어요. 이번에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당선 기념으로 장기기증을 등록하라고 하려고 축하카드를 보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장기기증이 활발해 지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해요.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모두가 장기기증을 하고 싫은 사람은 안한다는 등록을 해야 하죠. 미국에서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전에 장기기증 여부를 체크하죠”

 그는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는 9월 9일이 장기기증의 날이라는 조례를 정했다. “지금도 매월 9일은 장기기증 캠페인이 벌어지는 특별한 날이죠. 9라는 숫자가 특별한 이유는 뇌사 시에 신장2개, 폐2개, 심장, 간, 췌장, 각막2개 총 9가지 장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보람을 느껴 평생을 생명나눔에 바친 박진탁 목사. 생명나눔에 소명을 갖고 열정을 쏟는 박 목사가 있기에 머지않아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나라 전역에 장기기증 운동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에게 생명을 나눠주신 예수님의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