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요 6:7)

 예수님께 질문을 받은 빌립은 사람들의 수를 얼추 헤아려 보고 필요한 떡값을 계산하였습니다.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그들을 여기서 먹인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돈도 장소도 적절치 않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빌립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의 생각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믿음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의 고백 위에 역사하십니다. 눈에는 아무 증거 안보이고 귀에는 아무 소리 안 들리고 손에 잡히는 것 없어도 주님만을 믿고 의지할 때, 예수께서는 “네 믿음 대로 될지어다”라고 말씀하시며 능력으로 역사해 주시는 것입니다.

 믿음을 보이지 못하고 이성에 따라 부정적인 대답을 한 빌립은 예수님의 시험에 낙제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 없는 빌립을 통해 기적을 행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같은 장소, 같은 상황에서 예수님께 사용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안드레였습니다.

“제자 중 하나 곧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가 예수께 여짜오되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요 6:8∼9)

 안드레는 예수님과 빌립의 대화를 듣고 사람들 사이를 다니면서 먹을 것이 있는지 찾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한 어린아이가 갖고 있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찾아내여 예수님께 가져왔습니다. 이성적으로 볼 때 그것은 그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기에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어서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안드레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안드레는 그것을 일단 예수님께 가져와서 말씀드렸습니다.

 “여기 한 아이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안드레는 자기가 구해 온 음식이 사람들을 먹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인간의 계산을 따라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예수님의 기적을 믿을 것이냐?’라는 기로에서 믿는 쪽으로 결단을 내리고 그의 믿음을 예수님께 보였습니다. 즉, 안드레는 수판을 놓아 보고 아예 포기해 버린 빌립처럼 행동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여 음식을 찾아낸 다음에 믿음으로 그것을 예수님 앞에 내놓고 예수님의 도움과 역사를 간구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드레가 찾아 가지고 온 보리떡과 물고기를 받으셨습니다. 안드레의 믿음을 받으신 것입니다.

※‘요한복음강해’(서울말씀사)에서 요약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