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고향인 나는 십대에 서울로 올라와 돈을 벌었다. 당시 일을 하던 곳은 일주일 내내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었고 나는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교회를 떠올렸다. 교회에 다니면 그 시간만큼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동네 교회에 나갔다. 그러다 사촌형의 권유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오면서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처음 교회에 나온 순간부터 믿음이 자라나 뜨거운 신앙을 갖게 됐다.

 당시 나는 태릉에 살고 있었는데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며 1시간 반이 걸려 교회에 와 수요예배, 금요철야를 드리고 새벽예배를 드렸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전도를 했다. 그러다 서른 살에 결혼을 했고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자 그동안 하나님께 헌신한 것들이 축복이 돼 돌아왔고, 일이 잘 되어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나는 결혼생활과 사업으로 바빠지면서 청년시절의 열정을 잃어갔다. 사업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많이 알게 되면서 전에는 입에도 대지 않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동네 조기축구회 회장까지 맡고 있어 주일 아침부터 술을 마셨다. 그래도 교회는 가야했기에 술을 마신채로 교회에 가 성전 구석에서 조용히 예배를 드리고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하나님을 멀리하고 지내던 내게 서서히 시련이 찾아왔다.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진 것이다. 한 번 안 되기 시작하니 뭘 해도 일이 안 풀렸다. 빚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빚쟁이들이 쫓아왔다. 걸려오는 전화도 모두 ‘돈을 갚으라’는 전화뿐이었고 어떤 채권자는 화가나 사무실 창문을 깨부수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이 들었다.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져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사랑하는 자녀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일어서야겠다고 마음먹은 내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하나님이었다. 곧바로 남선교회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힘든 상황은 여전히 나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하나님께 돌아오니 ‘다시 살아야겠다’는 한줄기 희망이 생겨났다.

 남선교회에 가보니 봉사자들의 헌신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당시 주머니에는 돈 한 푼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구두 닦아주기’였다. 담임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교역자님들의 구두도 닦아 드렸다. 다시 새벽예배에도 나갔다. 봉사를 위해서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교회에 왔다.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시간이라 운전을 해서 교회에 왔는데 기름이 많이 들까봐 한 번도 액셀을 마음 놓고 밟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현실의 어려움이 너무 괴로워 새벽예배 때 봉사자석에 앉아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너무 힘들다보니 ‘살려달라’는 기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내게 하나님께서 ‘염려하지 말라’는 마음을 주셨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하루는 수중에 30만원의 돈이 들어왔다. 다른 날 같으면 빚쟁이들이 쫓아와서 한 푼 남기지 않고 다 가져가는데 그날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돈을 모두 헌금했다. 그때부터 그동안 지키지 못한 십일조도 철저히 구별해 드렸다.

 그로부터 일년 후, 한 거래처를 만나게 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모든 빚이 해결된 것이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는 예전 보다 넘치는 축복을 부어주셔서 사업을 더욱 번창케 해주셨다. 나는 현재 성동교회 남선교회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새벽예배를 포함한 모든 예배에 참석하며 헌신하고 있다. 또한 지금껏 10년이 넘게 구두를 닦고 있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하나님께서는 내가 교회 분들의 구두를 닦아주며 한 작은 헌신을 통해 나를 축복하셨다. 교역자님들의 구두를 닦아 줄때면 고맙다며 나를 위해 안수기도를 많이 해주셨다. 그것이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구두 닦는 봉사를 계속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