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선교회 충성된 일꾼입니다”

아버지는 봉사실, 아들은 보호실에서 봉사
교회 와서 평생 처음 불러본 이름 ‘아버지’
봉사 기쁨 누리는 부친보고 남선교회 들어와

 주일 오전 3시 30분, 백경택·인관 집사 부자가 잠에서 눈을 떴다. 서둘러 옷을 입고 집을 나온 시각이 오전 4시 10분.  부자가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여의도순복음교회다. 차에 나란히 앉아 교회 오는 길, 운전 중인 아들 백인관 집사는 아버지에게 “오늘은 어디서 봉사하시냐?”고 물었다. 남선교회 봉사실 제6차장인 아버지 백경택 집사는 성전 안팎을 다닐 거라고 했다. “1월 추운 날씨에도 십자가탑 앞에서 봉사 잘 했는걸. 추울까 염려마라” 혹여 아들이 걱정할까 아버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새벽 5시가 조금 못 돼 교회에 도착하자 백경택 집사는 아들에게 손을 흔들고 서둘러 봉사실로 향했다. 아들 백인관 집사도 보호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님은 나의 유일한 아버지

 백경택 집사가 남선교회에서 봉사하기 시작한 건 2008년 6월이었다. 아들 백인관 집사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1990년 가족이 함께 교회를 출석한 후 여러 해가 지난 뒤였다. 그 전까지 백경택 집사는 가족과 함께 예배만 드렸다.
 “어느 날, 수전 봉사자들이 강대상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감동을 받았어요. ‘나도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만 하던 차에 지인의 인도로 남선교회에 들어가게 됐어요”

 백경택 집사는 처음 봉사에 나선 그때 6월의 새벽 아침을 지금도 잊지 못했다. 교회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는 포플러 나뭇잎이 싱그런 바람에 한들 거렸다. 그는 아이마냥 웃음이 나왔다. 누구보다 먼저 가서 ‘아바 아버지’되시는 하나님을 위해 예배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저절로 났다.

 백경택 집사는 교회를 출석하면서 ‘아버지’라는 이름을 처음 불러봤다. 그는 생후 6개월 때 부친을 잃어 아버지를 부를 기회가 없었다. 모친마저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시면서 백경택 집사는 부모 사랑의 그리움을 안고 자랐다.
 “부모가 된 늦은 나이가 돼서야 하나님을 만났고, 그분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격이었겠습니까.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시고 멘토가 되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제가 드릴 수 있은 건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일마다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는 기쁨에 그는 행복했다.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았더라도 교회 봉사를 마친 늦은 오후에는 어김없이 ‘할렐루야’를 외치며 집으로 들어섰다. 그런 남편을 보며 아내는 ‘할렐루야’로 화답했다.

 내 아버지…‘그림자 같은 중보자’

 백인관 집사는 아버지가 언제나 신기해 보였다. “저도 교회를 다녔지만 주일 전날 늦게까지 놀다 들어와 아침이면 교회는 가야했기에 부스스 눈을 떴죠. 그러면 아버진 항상 먼저 교회에 가셨어요. 늘 죄송했죠. 봉사하면서 웃으시고 행복해하시는 그 모습이 저는 항상 신기했어요”

 백인관 집사는 교회는 오래 다녔지만 특별한 은혜가 없었다. 기도하면서 우는 사람들이 생소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IMF 이후 고난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하는 것마다 실패했다.
 “오락실 운영이 잘 됐어요. 눈여겨 본 좋은 자리가 있어 그 자리를 달라고 밤마다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며 하나님께 기도했죠. 그런데 하나님이 응답해주셨어요. 제가 기도했던 그 자리에 가게를 낼 수 있었고, 돈도 많이 벌었어요. 주님이 주신 것이었기에 십일조를 내야했는데, 하지 않았어요. 마음에 교만이 생긴 거죠. 결국 오락실은 망했고, 그 뒤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했어요”

 백인관 집사는 3년 동안 은둔했다. 망가진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가끔 산을 오르는 일 빼고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아들을 볼 때면 백경택 집사는 좀 더 힘이 돼 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왜 이렇게 사냐”며 문책하지도 않았다. 다만 아들이 회복되기만을 바라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2008년, 백인관 집사는 주일 예배 때 이영훈 목사의 설교를 듣다 눈물을 줄줄 흘렸다. 가슴이 아팠다. 4부 예배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을 때는 누군가 자신의 등을 쳤다. 그러더니 갑자기 불같은 기운이 가슴에서 머리 위로 올라가 눈을 뜰 수 없었다. ‘성령의 역사’였다. 입에서는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며 회개 기도가 터져 나왔다. 그는 그날 성령 침례를 받았다.

 “그 순간 응어리졌던 마음이 녹아지기 시작했어요. ‘예수님이 나 같은 놈 때문에 십자가 달려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주님의 손길을 외면했던 지난날이 후회됐고, 오래 참아주신 주님께 감사 했어요”

 백인관 집사는 오산리 기도원으로 달려가 금식 기도했다. 술과 담배를 끊었다. 건설 회사에 취직하면서 교회를 열심히 출석했고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했다. 그림자처럼 중보기도만 했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보며 주님께 진정 감사드렸다.

 내가 그리고 네가 할 일 오직 ‘봉사’

 백인관 집사는 2010년 남선교회 봉사를 시작했다. ‘은혜를 받았으면 이제는 주님께 드리라’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아들은 단숨에 순종했다. 보호실을 선택한 건 아버지 결정이었다.
 백인관 집사의 처음 임무는 ‘제단’ 봉사였다. 성전 앞 줄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예배가 엄숙하게 드려지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백인관 집사는 봉사하는데 있어 인내를 강조했다.

 “남선교회 흰 가운을 입고 봉사에 임하는 순간 저희는 모든 것을 인내하고 참습니다. 성도들을 섬기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사명이니까요”

 백인관 집사는 현재 용산 대구 오산 등 미군 부대 내 마트로 납품되는 식자재를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새벽 2시부터 일을 하기 때문에 낮 시간 활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부터 그는 보호실 비서부로 자리를 옮겼다. 성전비서실과 조용기·이영훈 목사의 외부 성회 시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게 그에게 주어진 임무.

 백인관 집사는 지금의 봉사가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지만 새롭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 백경택 집사는 ‘겸손’과 ‘최선’을 당부했다.

 “아들과 함께 봉사하다보니 행복합니다. 주님이 허락하셔서 함께 부르신 자리니 끝까지 충성하렵니다. 이전과는 다른 삶을 주셨는데 순종하고 무조건 하나님 영광위해 살아야죠. 감사뿐입니다”

글·오정선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