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90km 강속구를 던지는 할아버지
프로야구관계자도 놀라게 한 83세 실력파 투수
매일하는 운동과 기도가 나만의 ‘건강보약’
아마추어 야구에서 시속 90km 직구는 놀라운 속도다. 그런데 그 공을 던진 투수가 83세라면 정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노노(NO老)야구단 장기원 집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 집사는 평균 연령 64세의 실버야구단인 노노야구단에서도 최연장자다. 그럼에도 그가 뿌리는 직구는 어느 아마추어 야구단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빠른 볼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트라이아웃(테스트)에 참여해 야구후배들도 깜짝 놀랄 멋진 투구를 보여주어 매스컴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는 “대부분의 매스컴에서 시속 80km라고 했지만 평소에는 더 빠르다. 오래 전에 스피드볼로 측정했을 때 시속 122km까지 나왔다”며 억울해 했다. 그런 모습에서 그의 강한 승부욕을 엿볼 수 있었다.
매주일 장 집사는 1부 예배를 드리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기구를 챙겨 양천구에 위치한 갈산초등학교에 간다. 벌써 15주년이 된 노노야구단 회원들은 이미 대부분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다.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다보니 만년 지각생이지만 장 집사가 합류하면 운동장 분위기는 한층 더 밝아진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금까지 운동을 할 수 있는 건강의 비결이 궁금했다. 장 집사의 건강 비결은 역시 “운동이 보약이다”였다. 늘 꾸준하게 운동을 했기 때문에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매일 1시간 이상을 집 인근에서 런닝으로 시작해 스트레칭, 윗몸일으키기 50회 등을 한다. 심지어 젊은 사람들도 잘 못하는 물구나무서기도 즉석에서 보여주며 그의 건강상태를 눈으로 보여줬다. 지금도 찬물로 샤워를 한다는 그는 “권사(아내)의 기도도 비결”이라며 귀띔했다.
장 집사는 아내 이영옥 권사의 인도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시작했던 신앙생활이었지만 그의 삶의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됐다.
“말씀에 감화됐다고 표현할까요. 어느 순간 말씀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이전에 하던 술과 담배도 자연스럽게 끊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에요. 제가 건강하고 장수하고 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내를 만난 것, 자식들도 국방대 교수로, 군목으로 키워주신 것까지. 저는 감사할 것 뿐이예요”
그가 야구를 시작한 것은 당시 초등학교 4학년 무렵 광주 송정리역을 지나던 중 직원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라고 생각하면서부터였다. 중·고등학교 재학시절 그가 던진 공은 무적의 강속구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그가 갖고 있던 야구선수의 꿈은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난 후 노노야구단의 창단소식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가 갖고 있던 야구에 대한 ‘꿈’은 다소 늦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와 타자들의 헛스윙을 볼 때면 야구에 빠졌던 10대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오직 투수만 하는 이유는 삼진을 잡는 재미가 엄청나거든요. 예전처럼 직구만으로 승부를 할 수 없어 슬라이더(변화구의 일종)를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고 있어요”
그는 일본어실력이 뛰어나다. 시간이 나면 일본어로 성경을 필사하기도 한다. 장 집사는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실버야구협회의 가교역할을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야구의 저변확대가 잘되어 있어 실버야구도 50대, 60대, 70대 등 연령 별로 나누어 리그를 진행할 정도다. 그는 일본의 실버야구협회의 도움을 얻어 국내 실버야구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일본에서 기증하는 야구용품을 받아 국내팀에 전달하거나 일본팀과의 교류전 등 ‘야구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4월에 열리는 전국연식야구대회도 일본실버야구회의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역시 ‘영원한 현역’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야구를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서 계속 건강관리와 체력관리 그리고 기도해야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교회 성도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야구단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네요. 함께 땀 흘리고 운동하다보면 자연스레 건강해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