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아직 쌀쌀하지만 이제 곧 산수유가 노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산과 들이 온통 봄빛으로 물들 것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기에 봄은 더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이 봄에도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바쁜 사람들이 정치권 사람들인 것 같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물려있어 더욱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매스컴은 연일 정치권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집중하고 보도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번 총선엔 누가 국회로 입성할까? 증폭하는 궁금증 속에 도덕적 양심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분들이 국회로 입성하기를 국민들은 염원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배층의 도덕적 의무’를 나타내는 프랑스의 격언이다. ‘노블레스’는 ‘명예’, ‘오블리주’는 ‘의무’를 뜻하는 이 격언은 상류층에 속한 부류일수록 더욱 숭고한 양심으로 행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높은 도덕성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재조각가 로댕은 ‘칼레의 시민’이란 유명한 조각품을 만들었다. 이 조각품은 6명의 칼레 귀족들로 구성돼 있는데 처형당하기 직전의 고통스런 모습들이다.

 14세기, 프랑스와 영국은 백년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은 강한 군사력으로 프랑스 영토의 대부분을 점령하였지만 프랑스의 북부도시 칼레는 시민들이 강력하게 저항한 바람에 점령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간신히 칼레를 점령한 영국왕은 극렬한 저항에 대한 벌로 칼레의 시민 여섯 명을 처형하기로 했다.

 과연 누가 목숨을 내어 놓을 것인가? 칼레는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이 때 도시에서 제일 부유한 사람, 법률가, 시장, 상인 등 뜻밖에도 칼레의 명망있는 인물 여섯 명이 선뜻 나서서 죽음을 자청하였다. 속옷차림으로 목에 밧줄을 걸고 두려움과 맞서 형장으로 걸어가는 이들을 본 칼레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감동한 영국왕비는 왕에게 그들을 풀어주도록 간청했는데 마침내 영국왕은 임신 중인 왕비를 위해 사형직전 그들을 풀어주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칼레 귀족들의 고귀한 행동을 기리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희생정신을 가진 분들이 지배층에 널리 포진하고 있기를 소망한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지도자들의 어깨 위에 달렸다. 민주주의가 좋은 점은 국민이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선택의 지혜이다. 권모술수와 흑색선전에 속지 말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백성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가진 분들을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국회로 입성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