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세우고 성경 번역
교육과 선교 통해 우리나라 근대화에 기여
침몰한 배에서 한국인 구하려다 함께 익사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는 구한말 우리나라에 건너와 서구 근대문명을 전파한 선교사다. 배재학당을 세우고 성경 한국어 번역사업 및 선교활동을 펼치는 등 교육과 선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아펜젤러는 평생 주님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선교사의 비전을 품고 드류신학교에 입학했다. 아펜젤러는 늘 열심히 공부하고 말씀을 의지하며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았다. 성경을 가르치고 성가대도 인도하며 감리교회 지도자들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아펜젤러는 일본 선교를 꿈꾸고 있었지만 그 때 한국선교를 지망했던 친구 워즈워드가 어머니의 중병으로 한국행이 불가능하게 됐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던 중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작은 나라 조선에 대한 선교의 비전을 품게 됐다.

 1883년 10월에 열린 전국 신학교 동맹집회에서 한국 선교의 동반자가 되는 언더우드와 만나게 됐고 한국 선교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엘라 닷지와 결혼식을 올린 아펜젤러는 날마다 기쁨으로 충만해 조선에 갈 날을 손꼽았다.
 1885년 4월 5일 부활 주일에 제물포항에 도착했지만 갑신정변으로 불안한 정치상황 때문에 일본으로 갔다가 2개월 후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정동에 자리를 잡은 아펜젤러는 조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힘썼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자 했다. 집 한 채를 사서 교실을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쳤고 학생들이 나날이 늘어나 정동에 있는 민가를 사서 교실로 사용했다.

 고종황제는 아펜젤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에 ‘배재학당’이라는 이름을 지어 하사했다. 첫 근대학교이자 국가에서 인정한 공립학교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배재학당은 발전을 거듭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르네상스식 벽돌 건물을 지어 본격적인 학교의 모습을 갖췄다. 아펜젤러는 청년의 정신을 일깨워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다. 1887년 10월 9일 벧엘예배당(지금의 정동제일교회)을 세워 조선사람들만을 위한 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 모임은 한국 감리교회 첫 예배가 됐다. 몇 년 후 1895년 9월 예배당을 짓기 위한 기념행사를 열었고 곧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예배당인 벧엘예배당이 세워졌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주 큰 건물이었다.

 아펜젤러는 조선 곳곳을 다니며 선교여행을 하고 복음을 전하고 교육을 하며 바쁘게 지냈다. 그는 교육 뿐 아니라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감리교 신문인 ‘죠션크리스도인 회보’와 감리교 잡지까지 만들었다. 학교 설립과 신학교육, 연합선교, 성경번역 그리고 문서 선교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사역을 이뤘다. 1900년에는 신약 전서 번역을 완성했다.

 교육, 복지, 의료 활동과 함께 조선의 복음 전파만를 위해 살았던 아펜젤러는 1902년 성경번역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목포로 가는 배를 탔다가 다른 배와 충돌하는 바람에 44세의 일기로 한국 선교 17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아펜젤러는 탈출이 쉬운 일등실에 있었지만 한국인 비서와 어린 한국 소녀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배 아래로 내려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마지막까지 한국인들에게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준 선교사였다.

 아펜젤러의 자녀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일평생 교육선교사로 헌신했다. 아들 아펜젤러 2세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배재학당의 교장과 이사장으로 일하였으며, 딸 엘리스 레베카 아펜젤러도 이화학당장을 맡아 1925년 이화여자전문학교로 승격시키고 초대 교장이 되어 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