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로 아이들의 학교 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어김없이 오늘도 신문, 방송, 라디오에서는 10대 아이들의 학교 폭력 이야기를 1순위로 다룹니다. 어떻게 해야 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어떤 유형의 아이들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그 부분을 유념하고 키워보자는 심산으로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늪의 수렁에 빠지는 느낌입니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시기의 대상이 되고, 못하면 또 못하는대로 공부에 관심없는 아이들끼리 모여 왕따를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는 악순환. 과정보다 결과 중심주의인 대한민국에서 공부 스트레스 최고조에 이른 아이들이 저도 모르게 저지르는 마지막 발악은 아닌지, 10대 아이들이 무섭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합니다.

 제게도 올해로 9살이 된 아들이 있습니다. 내년이면 10대가 되는 우리 아이, 중국에 전족 풍습처럼 아이 발목에 고무줄을 꽁꽁 감아 365일, 24시간 제 발목에다 묶어 놓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다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 싶어 교육 전문가들이 내놓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대안 다시 한 번 ‘줄줄’ 되뇌어 봅니다. 나쁜 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첫째, 어렸을 때부터 예술 활동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 절제력, 인내심을 키워줄 것. 둘째, 스포츠를 통해 ‘우리, 다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줄 것. 셋째…. 아, 그보다 오늘 당장 지켜야 할 것은 뭐였더라? 10대 아이와 하루 30분 이상 깊은 대화 나누기. 가능하면 아이 하교 시간에 집에 있을 것 그리고 또, 또 … 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엄마 노릇이라지만, 오늘따라 엄마라는 이름의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주여, 당신의 자녀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키워야 좋겠습니까” 아이가 잠든 밤, 아이의 침대 맡에서 무릎을 꿇고 나지막하게 읊조립니다. 그러다 문득  몇 해 전, 누군가가 해준 보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느 목사님 부부가 바쁜 사역 일로 아이들을 잘 돌봐주지도 못하고 어려운 형편에 유행하는 옷, 신발 하나 사주지 못했지만 단 하나 든든하게 들어놓은 보험이 있었다고. 이름하야 ‘주보험 발끝기도’. 부모가 새벽 기도 후 취침에 방해되지 않도록 살며시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아이들의 종아리와 발을 주물러주며 약 5분 동안 축복 기도하는 것이랍니다. 아이들의 미래와 인생을 주님께 책임져달라는 의미에서 이름이 ‘주보험 발끝기도’라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아이들이 다리를 주물러주고 발마사지까지 곁들여가며 기도해주니까 점점 얼굴이 밝아지고 안정감을 찾아가더랍니다. 남편을 일찍 보내고 홀로 아이들 넷을 키운 목사님의 어머니가 자신을 그렇게 키웠노라고, 그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 나쁜 길로 갈 수 없었다고 고백했답니다.

 그날 밤, 저는 바로 그거다! 싶었습니다. 더욱 다행인 것은 이 보험의 가입 연령이 무기한이랍니다. 갓 태어난 아기도, 10대 아이도, 서른이 넘어서도, 부모 속 썩이는 아이도 모두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답니다. 우리 대한민국 엄마들, 오늘 당장 이 보험에 가입하는 건 어떨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 폭력이라는 이 거대한 여리고성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그리고 최고는 이 보험 가입뿐인 것 같습니다. 참, 가입비는 전액 무료라고 하니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