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귀한 만남, ‘예수님’

마귀의 유혹은 영적전쟁으로 이겨야

 저 최익현이라고 합니다. 경주 최씨 충렬공파 35대손입니다. 머 사는 건 이래 보여도 정계 재계 학계에 가문사람들이 쫘악 깔려있습니다. 종친회 한번 하면 내로라하는 판검사들도 허리 굽히고 인사하기 바쁠 정도입니다. 영화를 보신 관객들께서는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제 얘기 좀 해볼까 합니다. 치열한 시대를 살아온 한 늙은이의 하소연쯤으로 들으셔도 괜찮습니다.

 더구나 저도 교인입니다. 예수님 영접하고 교회에서 믿음생활 잘하는 교회 집사입니다. 당당하게 얘기할 간증은 아닙니다만, 영화 관객들도 공감하실 수 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끼리 서로 얘기도 들어주고 도움도 주고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다 불신자들에게도 덕이 되는거라 믿습니다.

 먼저 조범석 검사와의 만남부터 얘기해볼까요. 조 검사가 하도 저를 ‘깡패’라고 지칭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습니다만 사실 저 최익현이 착한 사람입니다. 영화를 보신분들은 수긍하시겠지만 조 검사가 어디 보통 사람입니까. 거구에서 풍기는 듬직함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고, 안경너머로 비치는 차가운 눈빛은 마주해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북극해 얼음 같은 냉혹함입니다. 스데반을 돌로 쳐죽이던 백성들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 조 검사에게 저는 정성을 다했습니다. 예수님이 수건을 허리에 동이시고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셨듯이 돈도 안먹히고 협박도 안먹히는 사람 어떻게 한번 잘 섬길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들과 고급공무원을 대동해도 그의 강직함을 이길 순 없었습니다. 갖은 유혹에도 독야청정하던 다니엘의 기개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저를 무시하는 조 검사를 이기기 위해 저 스스로도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제 비밀수첩에 적힌 수많은 인맥을 동원해서 해답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죠. 그러나 하나님께 매달려야 했습니다. 그저 주일예배 달랑 참석해서 “도와주소서” 짧게 한마디 기도했던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축도가 끝나기도 전에 도와줄 인맥을 찾아 헤맨 제 모습이 창피합니다. 전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리고 신뢰해야 했습니다.

 조 검사는 저를 ‘반달’이라 부릅니다. 깡패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어정쩡하게 걸쳐 있다는 겁니다. 회색분자라는 말이죠.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한 자는 토해버리겠다고 하신 말씀을 믿는 제가 정말 그랬을까요. 히브리서에 나오는 믿음의 의인들이 모두 죽으면 죽으리라 믿음이 확실했는데 성경통독에 열심인 제가 설마요. 사실 반달이란 호칭이 나오게 된 것은 바로 최형배와의 만남 때문입니다.

 최형배는 당시 부산 제일의 조폭이었습니다. 첫만남부터 범상치 않았죠. 그와의 만남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은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영화속에서 저의 직업은 부산세관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이니 뒤로 챙기는 용돈이 꽤 있었죠. 그게 머 저 혼자 잘먹고 잘 살자는 것도 아니고 같이 더불어 잘 살자는 선한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더군요. 어느 시민의 제보로 들통이 나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자녀수가 가장 적었던 제가 뽑혔습니다. 그 기준을 만든 우리과 계장님에 대한 분노는 아직도 내적치유 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하나님이 도우셨는지 그냥 짤리게는 하지 않으시더군요. 퇴직을 고민하고 있을 때 전 우연히 대량의 마약을 적발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좋은 기회야’라는 악한 마귀의 유혹이 다가왔습니다. 그때 그 유혹을 물리쳤어야 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뱀의 유혹에 홀딱 넘어간 하와 때문에 이 세상에 죄가 들어오게 되었다는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그날따라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중요 성경구절은 암송해야 하나 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하시는 놀라운 능력의 말씀인데 말입니다. 동료만 눈감아 준다면 제가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마약을 내다 파는 조건이었죠. 이 과정에서 최형배와 만나게 됐고, 조폭들의 세계에 한발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최형배는 의리의 사나이입니다. 전도에만 성공해서 교회 출석했다면 끝까지 충성할 사람입니다. 그와의 관계는 처음엔 참 순조로왔습니다. 저의 미친 인맥과 그의 번개같은 주먹이 부산을 접수하는 듯 했습니다.

 좋은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일단 그들은 저와 달랐습니다. 같이 있어도 외로운 그런 기분 아시나요? ‘반달’의 의미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 바라는 게 많아지는 거 인지상정 아닌가요. 섭섭함 때문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관계는 깨어졌습니다. 예수님을 사이에 두고 누가 더좋은 자리에 앉을 것인가 논박하던 제자들처럼 저와 최형배는 욕심을 냈습니다. 일이 잘 안풀릴 때쯤 만난 인물이 부산지역의 2인자 조폭입니다.

 최형배를 배반하고 다른 조폭을 택한 순간, 제 인생은 꼬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세가 40여일을 안보이자 시내산 아래에 있던 이스라엘 민족은 금을 모아 우상을 만듭니다. 하나님을 대신하려는 움직임이 금송아지 숭배로 이어집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제 돈과 인맥이면 보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착각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배반한 이스라엘 민족이 분노하시는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듯이 제게도 참담한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조폭들 간의 관계가 미화된 ‘의리’라고 한다면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죽어서 살리신’ 놀라운 관계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몸 찢기시고 피흘리시며 죽으신 값으로 우리가 생명을 얻었으니, 이건 배반할 수 없는 값진 것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이 가장 귀한 만남입니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