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정형돈 씨가 “나는 살리에르 증후군에 걸렸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난데없이 약 200여 년 전의 실존 인물 안토니오 살리에르가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주위에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위축되는 것을 뜻합니다. 알다시피 살리에르의 앙숙은 모차르트입니다. 죽을 때까지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살았던 살리에르의 비애를 묘사해놓은 영화도, 오페라도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예술 강좌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들었습니다. 그 둘의 관계를 천재와 당당한 2인자로서의 삶 정도로 보는 기존의 시각과는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살리에르는 당시 성공한 궁정 음악가로서의 삶을, 모차르트는 한때 귀족들에게 칭송을 받다가 결국 평민들을 위한 오페라를 만들어 겨우겨우 삶을 연명하다 죽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대중은 지금 누구를 기억하나요? 그렇다면 후대에 사람들이 살리에르가 아닌 모차르트를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차르트가 후대에도 없을 천재이기 때문에? 글쎄요,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답은 바로 살리에르는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모차르트는 승리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성공을 좇으며 살면 언제라도 우리는 열등감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살리에르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삶은 늘 오르락내리락하는 언덕과 같은데 지금의 1인자 자리가 또 얼마나 지속되겠습니까. 그런데 승리한 삶에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금의 삶에 성공이라는 훈장을 달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생을 마치고 난 후에 빛이 나면 되니까요.

 세상은 우리에게 교묘하게 ‘성공’을 강요합니다. ‘성공’이 아니면 ‘패배’일 뿐이라고, 이분법적인 논리를 폅니다. 나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선한 경쟁이라고 속삭입니다. 성공을 위해 치러야하는 대가가 있다고 세상 속으로 자꾸 등떠밉니다. 하지만 이제 과감하게 성공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아, 생각해보니 모차르트 훨씬 이전에 승리의 삶을 보여준 최초의 인물이 있더군요. 골고다 언덕에서 뭍사람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당하며 생을 마감했지만 부활 승천하셔서 결국 승리의 삶을 몸소 보여주신 그 분, 바로 예수님. 올 한해, 그 분을 롤모델로 삼아 승리하는 삶을 따라가렵니다.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