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1톤 트럭에 납품할 물품을 싣고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차의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2차선에 있던 차가 1차선 3차선으로 왔다갔다하며 중심을 잃었다. 앞에는 화물트럭이 있고, 뒤에는 차들이 달려오는 상황에서 몰고 있던 차가 제어되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는 그 순간 차가 뒤집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그러는 사이 뒤집어진 차는 다시 한번 뒤집어지면서 도로에 직각으로 멈춰섰다. 죽었구나 하는 사이 경찰과 견인차가 도착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수석 지붕이 심하게 찌그러져 내려앉아 있었지만 나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기적이었다. 평소 아내가 동행했는데 그날은 사정이 생겨 아내가 함께 있지 않았다. 만일 동행했더라면 그날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차 밖으로 나왔다. 싣고 있던 물품이 쇠로 만든 물건이라 뒤따라오던 차량들의 피해가 우려됐다. 하지만 도로 한 가득 흩어진 물건에도 불구하고 차량과 인명 피해 어느 것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려오던 차들이 일제히 멈춰 서 사고 현장이 수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주님의 도우심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병원 한번 가지 않을 정도로 멀쩡했고, 이 일로 주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나는 지난해 썩세스중동선교회장을 맡게 됐다. 중동지역 복음화를 위해 세워진 선교회인 만큼 나를 비롯한 선교회원들은 영적으로 강하고 담대해야 했다. 그래서 나의 기도 제목은 ‘강하고 담대한 신앙을 갖는 것’이었다. 아내는 아마도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는 담대한 신앙을 가지라고 내게 이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없는데 하나님이 나를 살려주셨으니 나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이 나를 훈련시키시고 세워주셨다는 것을 확신했다.
내 신앙이 이처럼 처음부터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2002년 나는 아내 안명호 권사의 권유로 썩세스중동선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지만 봉사하지 않았던 탓에 적응이 어려웠다. 성실했지만 내성적이라 스트레스를 술로 풀었다. 그래도 아내를 따라 선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교회 사역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물질도 심었다.
나는 23년 다닌 회사에서 진급이 유력했다. 하지만 진급에서 떨어지면서 퇴직하게 됐다. 남들에게 말도 못하고 속만 태운 나는 술로 괴로움을 잊으려 했다. 그런데 2006년 1월 1일, 철야예배를 드리면서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하나님이 내 마음을 녹여주시는데 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 밀려왔다. ‘아, 이게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구나. 다른 길이 아니라 하나님만 따르면 내게 축복을 주신다는 것이구나’를 깨닫는 순간 머릿속에서 술에 대한 기억과 욕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때를 시작으로 하나님은 나를 다듬어주셨다. 퇴직금의 10분의 1을 십일조로 드리고 남은 돈으로 3년 반동안 선교 훈련과 내적 치유를 받았다. 물질적인 고통이 있었지만 엘리야 선지자가 까마귀를 통해 먹을 것을 공급받듯 하나님은 때를 따라 돕는 손길을 보내주셔서 물질로 인해 어려움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셨다. 술로 인해 몸에 가득했던 독소도 빼주시는 등 수 많은 일을 통해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는 신앙인으로 만들어주셨다.
훈련을 마쳤을 때는 두 자녀를 어려움 없이 결혼시켜 미국으로 유학 보내주시고, 장로직분을 받게 하시고, 새로운 일도 주시며 사명 또한 허락하셨다. 사실 뒤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위해 그동안 내적 외적 훈련을 거치게 하신 듯 했다.
하나님은 올해 나에게 여호수아 1장 5절 “네 평생에 너를 능히 대적할 자가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니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라는 말씀을 주시며 담대한 마음으로 선교에 매진할 것을 명하셨다. 주신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중동지역 복음화를 위해 회원들과 한마음으로 힘차게 전진할 것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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