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 중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이른바 ‘애정남’ 코너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입담 좋은 개그맨이 일상에서 누구나 부딪혔을 것 같은 애매한 상황의 판단 기준을 결정해주는 형식인데, 뛰어난 재치와 유머에 ‘아하!’하고 무릎을 치기 일쑤입니다.

 살찐 것의 기준, 노총각과 노처녀의 기준, 성형과 시술의 차이, 화장과 맨 얼굴의 차이, 그리고 농담과 비난의 차이 등 소재도 무궁무진합니다. 때로는 통쾌한 웃음으로 공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대인의 이중성을 풍자해 마음에 찔림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정해준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아무 처벌도 비난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함께 지켜주는 것이 ‘우리끼리의 아름다운 약속’이 될 것이라고 능청스럽게 부연 설명해 마지막까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애정남’의 힘은 자극적 언어유희가 아니라 타인의 내면에 대한 공감 능력에서 나옵니다. 항상 “맞아, 맞아”하는 공감의 웃음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위안 속에 한바탕 웃음 잔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리고 직장생활과 학업, 인간관계에서 받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받은 뒤 다시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힘을 얻습니다.

 거대담론에 빠져서 자신만의 천국을 쌓아가고 있는 정치인, 법조인, 학자, 언론인 등 이른바 지식인 집단으로부터 얻지 못하는 것을 개그맨들로부터 얻고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애정남’ 열풍은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냉정한 훈계나 계몽, 통제나 비판이 아니라 ‘공감의 웃음’이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이른바 ‘애정남 신드롬’은 그만큼 우리가 매순간 갈등 속에 살아감을 암시합니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하는 소소한 갈등부터 ‘어떤 분야를 공부할 것인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등 심각한 갈등까지 다양합니다. 큰 선거가 겹치는 올해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인가’라는 갈등도 추가될 것입니다.

 크고 작은 갈등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올바른 판단과 선택의 기준을 제시해 줄 ‘진짜 애정남’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습니까? 그런 분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아십니까?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맞닥뜨릴 모든 갈등, 애매한 상황, 난제의 해법을 이미 알고 계십니다. 우리는 성경과 기도를 통해 그분의 가르침을 듣기만 하면 됩니다. 예수님은 각 사람에게 최적화된 길을 알려주고자 노심초사하시는 최고의 ‘애정남’이기 때문입니다. 단, 예수님이 인도하시는 길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선택 조건이 아닙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 곧 생명의 약속입니다.

나신하(KBS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