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을 주세요. 희망이 됩니다”
사랑으로 끓는 빨간 자선냄비
작은 온정이 밥되고 약되고, 희망되다

 크리스마스는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님은 사랑을 행함으로 가르쳐 주셨다. 오늘날도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 사랑과 빛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세군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한겨울 추운 날씨에 발이 얼고 손이 굳어도 거리에서 힘차게 종을 울린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기온은 더욱 내려가지만 빨간 자선냄비는 사람들의 온정으로 펄펄 뜨겁게 끓어오른다.

 고층 건물사이로 부는 찬바람이 뼛속으로 스미던 며칠 전 명동 시내 한복판에서 박만희 사령관을 만났다. 한손으로는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에게 정중한 목소리로 기부를 독려하고 있었다.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여러분의 사랑이 담긴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참여하는 분들의 마음에 기쁨이 올 것입니다. 받는 분들에게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제복을 입은 노신사의 따뜻한 미소는 추위를 잠시 잊게 했다.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에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이 충만했다. “다들 날씨가 춥다고 하지만 저는 하나도 춥지 않아요. 우리 이웃들은 이보다 더 추운 쪽방에서 거리에서 추워하고 있어요. 저의 작은 수고로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고 기뻐할 생각을 하면 하나도 춥지 않습니다”
 박만희 사령관은 38년 째 구세군 사관으로의 삶을 살며 생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쏟았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박 사령관은 어려서부터 성경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살아왔다. 뜻을 같이한 부인 김금녀 사관과 딸, 며느리도 사관의 길을 걷고 있다. “딸과 며느리도 수원과 부산에서 저처럼 거리 모금운동을 하고 있어요. 큰 복이지요”

 박만희 사령관은 한달내내 모금에 동참하고 현장 전역을 돌며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요즘 같은 추위에 몇 분만 밖에 서 있어도 온몸이 오그라든다. 젊은 사람도 추운 거리에 장시간 매일 서 있다 보면 체력적으로도 큰 무리가 따를 텐데 박만희 사령관은 꼿꼿한 모습으로 봉사를 이어나갔다. 추위 속에서도 체력을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하나님께서 주시는 건강 덕분”이라며 웃음 지었다. 인터뷰 중에도 빨간 자선냄비는 꼬리에 꼬리를 문 사람들의 온정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자선냄비에 사랑을 담고 간 사람들의 얼굴에도 엷은 미소가 피어났다.

 “봉사에는 기쁨이 있습니다.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년 자선냄비 봉사에 4만 5000명이 필요합니다. 봉사에 참여하는 기쁨과 다른 사람을 돕는 기쁨 그리고 도움을 받는 기쁨. 이 기쁨들이 뭉쳐지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우리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원하는 사람은 구세군 홈페이지와 전화 문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구세군은 개신교의 한 교단으로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라는 슬로건을 걸고 세계 124개국에 있는 구세군 모두가 교회와 복지시설, 학교, 병원, 지역의 문제 등에 참여하며 적극 구제에 나서고 있다.

 빨간 자선냄비는 1891년 성탄절 무렵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바다에서 일어난 배 사고에서 살아난 이들을 돕기 위해 조셉 맥피라는 구세군이 집에서 솥을 들고 나와 모금활동을 펼친 것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작됐으니 우리나라의 자선냄비 역사도 84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구세군을 통해 모아진 성금은 영세민, 재해민들을 돕는 일에 사용됐다. 국민들의 정성이 그들에게 밥이 되고 약이 되고 다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희망이 됐다.

 흔히들 구세군은 12월에만 활동을 하는 줄 알지만 노숙자,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미혼모, 청소년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1년 365일 바쁘다.

 박만희 사령관은 그동안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84년의 역사를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해에도 국민들의 사랑을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와 청소년 등 이웃 150만 명에게 잘 전달했습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오늘도 자선냄비를 끓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쑥스러움 뒤에 찾아오는 것은 기쁨이었다. 작은 정성이 모여 자선냄비는 매년 큰일을 해왔다.

 성경 말씀에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의 길을 걷는 박만희 사령관과 거리에서 만난 숨은 천사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내일은 더 따뜻해 질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글·복순희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