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아침 무렵 집 골목을 나서는데 콧속을 스며드는 맑은 공기와 푸르른 하늘과 대지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흥분이 전신을 감돌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발걸음이 힘차게 내디뎌졌다. 참으로 오래된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었던 소년 시절의 용솟음치는 기운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일하러 나가는 것, 지금까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그런 소년 같은 마음이 느껴졌던 그 이후, 왜 이런 놀라운 체험이 나에게 일어난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첫째, 몸에 나쁜 일은 되도록 피하고 무리하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수년 간 술자리엔 거의 가지 않았고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집에 일찍 들어와 충분하게 휴식을 취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마침내 소년 같은 기운과 마음이 회복되었던 것 같다.

 둘째, 조용기 목사님의 말씀대로 늘 꿈을 갖고 그것을 마음 속에 그렸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을 조금씩 해왔다. 비록 나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잘 보이지 않더라도 묵묵히 노력해왔다. 이제는 그 결실이 정말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소록소록 피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꿈이 이뤄지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다. 꿈을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을 위해 한발한발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저절로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런 소년 같은 마음 상태가 되고 난 뒤에 나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헛된 탐욕과 쾌락에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이 보였다.

 연말 망년회 모임이 열리기 시작한다. 한국인들의 술 소비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직장 망년회를 술과 노래방으로 보내지 말고 불우이웃 돕기로 대체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술로 몸 버리느니 망년회비를 기부하고 그들을 직접 방문해 봉사하기라도 하면 심신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베스트’ 상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엊그제 부산에서 국제원조총회가 열렸다. 한국이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국가로 바뀌었음을 세계에 선포하는 날이었다.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가 가난한 나라들에게 원조하면 강대국이 원조하는 것보다 더 고맙게 여길 것이다.
 한국은 순수한 마음으로 피원조국을 도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맺은 관계는 FTA협정보다 훨씬 값질 것이라 믿는다. 보통 사람들의 기부와 봉사가 부자들의 그것보다 그들에게 더욱 큰 용기를 줄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원조 잘하는 한국, 불우한 이웃을 돕는 보통 사람들에게 더 큰 복을 주시리라 믿어본다.

이상용(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