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억압된 감정과 생각 표현하고 풀어내야

 무표정, 무감각, 무감동인 사람들의 대다수는 뿌리 깊은 원망이나 미움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경우들이 많다. 갓난 아기 때는 젖 달라고 잠이 온다고 투정부리며 어머니를 찾던 사람도 언젠가부터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 받아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힘들고 지치는 것은 나약한 사람들이나 느끼는 감정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성숙이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인정하는 것이 겸손이다. 그러나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청소년들은 자신이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과도한 독립과 자립 그리고 자율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성숙과 성장에 대한 잘못된 기대는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부모님과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증폭시킨다.

 “상관하지 말라구. 니가 부모야?” 지난 주 기분이 통 좋아 보이지 않는 중학생 내담자를 만나 한주간의 생활을 묻자 그녀는 나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 아이의 상태를 보이는 그대로 공감해 주며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도 상담을 온 것에 대해 격려해 주었다. 아이는 자신이 인터넷으로 신청한 공연티켓을 받고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허락이 없어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그 모든 짜증과 분노를 상담실에서 폭발해 버리게 된 것이었다. 마음은 바쁜데 도로는 꽉 막혀 있는 출퇴근길처럼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비단 이 중학생 한 사람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나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나 인생에는 크고 작은 성취와 실패가 있을 수 있고 삶에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괴로움도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항상 기쁨이 충만하여 방긋방긋 웃는 것이 건강함이 아니요 고민은 고민으로 감사는 감사로 현실을 명확히 느끼고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중학생의 경우, 자신의 상황 이해와 부모님의 상황 이해가 달랐고 아이의 뜻대로 공연을 보러 가지 못했을 때 그 아이의 마음 속에는 ‘부모님만 아니었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을텐데… 저들만 아니어도 내가 이렇게 불행해지진 않았다고’라는 생각이 들며 자신이 느끼는 모든 분노와 짜증이 부모 탓이라는 잘못된 이해를 갖게 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잘못된 이해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것은 그 가정의 감정인식과 교류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모도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에 평소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 가정의 감정교류에 문제가 있고 없음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다음 제시된 항목들은 부모의 병리적 분노표현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당사항이 있을 때 크게든 작게든 가정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우리 가정의 분노표현 방식

□ 나는 결코 부모님에게 화를 내 본 적이 없었다. 절대 용납이 안됐기 때문이다.
□ 부모님은 우리에게 늘 소리 지르고 짜증을 내셨다.
□ 부모님은 화가 날 때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 부모님은 화가 날 때 나를 자주 때리셨다.
□ 부모님은 화가 날 때 나를 얼음장처럼 냉정하게 대하셨다.
□ 부모님은 부부싸움을 하실 때 물건을 집어 던지고 몸싸움을 벌이셨다.
□ 부모님은 부부싸움 후 며칠 씩 집에 안 들어오셨다.
□ 부모님은 부부싸움 후 자주 각방을 쓰셨다.
□ 부모님은 부부싸움 후 ‘이혼하자’는 말을 자주 하셨다.
□ 우리 가족은 화가 나면 상대에게 며칠씩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우리 가족은 화가 나면 혈기를 부리며 소리를 질러낸다.
□ 우리 가족은 화가 나면 상대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 우리 가족은 화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을 교양이 없다고 여겼다.
□ 우리 가족은 화가 나면 그 즉시 상대에게 따지고 든다.
□ 우리 가족은 화가 났을 때 상처를 주는 독한 말을 한다.
▲ 체크리스트에서 3개이상 포함되면 감정표현 능력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출처: 부부행복찾기, 신정)

 감정인식과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불만과 불평,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 영역에서 억압해 놓은 감정들을 풀어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긍정이 아닌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사회적인 제지를 많이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 표출을 억압하다가 전반적인 감정인식과 표현에 억압현상이 일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담 전문가나 자신을 수용해 줄  수 있는 안전한 대상을 만나 묵은 감정과 그 감정과 연관된 사건들을 이야기 나누고 상황에 적절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 내면의 성장과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의 하나로 다음의 그림을 제시했다. 부모님과 자녀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 풍선을 채워보고 상황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놀이동산에서 생긴 일
① 위의 그림을 한 장씩 나누어 갖고 그림 속의 말풍선을 채워 보도록 한다.
② 자신이 채운 말풍선의 내용을 읽어 보고 울고 있는 아이가 어떤 입장에 놓여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아이가 원하는 것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 본다.
③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여성과 아이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그녀는 아이를 보며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지 적어보고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
④ 울고 있는 아이를 위해 다른 사람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⑤ 위의 상황에서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대처 방법은 무엇일지 이야기 나누어 본다.

글: 김수정   그림: 염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