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를 둘러싼 환경은 절망적이다. 등이 굽어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하는 아버지, 완득이를 낳자마자 가출한 필리핀 어머니, 갑자기 나타난 지적장애를 가진 삼촌, 시끄럽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옆집 아저씨, 도도해 보이는 판타지 소설 여작가, 사사건건 학창생활을 방해하는 담임선생님까지.

 옥탑방에 사는 완득이는 얼핏 설자리가 없는 불우한 청소년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겐 어두운 그림자가 없다. 고딩다운 밝고 명랑함이 있다. 구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다문화공동체인 동네교회에 가서 저녁마다 기도하는 신실함도 보인다. 물론 담임선생님을 죽여달라는 무서운 기도를 하는 그이지만.

 영화 완득이는 매끄럽다. 보통의 영화 전개방식을 뛰어넘는다. 에피소드 위주의 스토리 전개가 그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곧 해답이 나온다. 해답에 개그적인 설정을 추가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는 감독의 선물이다. 영화는 소소한 우리 일상들을 성막 기구들처럼 곳곳에 배치해 놓아 완벽한 팀웍을 보여준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장치가 뛰어난 연출을 통해 위력을 발휘하는 영화다.

 다문화가정, 몇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겐 낯선 단어였다. 지나가던 외국인을 신기한 눈으로 보던 때가 오래지 않았다. 이제 그 숫자만도 200만 시대가 됐다. 2011년 가을은 영화 완득이 덕분에 다시 한 번 우리 주위의 외국인들을 돌아볼수 있게 됐다.

 감독은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완득이를 통해 쉽게 풀어간다. 완득이는 사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다. 비록 성적이 전교 꼴찌라는 아픔과 옥탑방 가난이 있지만 크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싸움만은 학교에서 짱이고 옥탑방은 철천지원수 담임선생님과의 소통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것 같은 존재이지만 그렇지 않다. 완득이는 충분히 자신의 삶에 만족해 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담임선생님 동주는 눈엣가시이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동주선생은 “얌마 도완득!”으로 그를 호칭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호를 ‘얌마’로 알고 있다.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의 그것처럼. 어쩌면 그가 교회에 출석하게 된 계기는 자신을 “얌마 도완득!”으로 부르는 선생님 때문이었다. ‘담임선생님을 죽여달라’는 완득이의 기도는 진지하며 얼굴은 비장하다. 담임선생님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교회를 운영하고 있음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방인에 관심이 많으셨다. 귀신들린 딸을 고침 받기 위해 간청하는 수로보니게 여인의 호소에 귀 기울이셨으며 마태복음 15장의 치료받은 이들도 이방인으로 보인다. 요나는 이방인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했으나 돌이켜 순종함으로 그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 외에도 결손가정, 이혼부부, 노숙자 등 관심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많다. 선한 이웃으로 부름받은 우리의 사명은 소외된 그들을 돌보는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이 사회를 향한 우리의 의무이다.

 완득이는 ‘똥주’라고 부르던 담임선생님의 진정성을 알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에서 멘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인도에서 온 이방인 핫산은 오히려 완득이에게 사랑을 베푼다. “자매님 오셨어요?” 핫산의 목소리에선 항상 사랑이 묻어나온다. 완득이는 핫산을 통해 자신의 길이 킥복싱임을 깨닫게 된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이방인을 통해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완득이는 교회를 통해 여자친구와의 첫사랑 첫단추를 끼게 되고, 킥복싱이라는 꿈을 꾸게 되고, 이웃을 향한 차별 없는 사랑을 담임선생님을 통해 깊이 배우게 된다. 그렇게 괴롭히던 담임선생님의 행동들이 자신을 위한 멘토링이었음을 깨닫게 된 완득이….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