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없이는 견딜 수 없던 날들
말씀과 기도로 희망 찾아

 지난해부터 매일 바울성전에서 열리는 철야예배를 드렸다. 기도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매일 저녁 기도를 할 수 있는 곳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밖에 없었다. 직장 일을 마치면 나는 여지없이 교회에 왔다.

 당시 둘째 아들은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방에 틀어 박혀 나오지를 않았다. 아들은 6년 전 사업 실패 후 신용불량이 되고 이혼을 했다.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스스로 암막커튼을 치고 빛과 사람을 거부했다. 엄마인 나조차도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밥상을 차려놓고 나가면 아들은 밥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밤새 컴퓨터를 하거나 하루 종일 잠을 잤다. 서글서글했던 성격에 친구도 많고 꿈도 많았던 아들이었는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하루는 새벽 2시에 지방에 사는 큰아들에게 긴급히 전화가 왔다. 둘째와 통화를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니 방에 가보라고 했다. 요란한 소리의 게임이 켜져 있는 컴퓨터 앞에서 아들은 칼을 쥐고 있었다. ‘아! 하나님’ 무릎을 꿇었다. “엄마가 잘못한 게 있으면 용서해라. 그리고 아들아 죽고 사는 건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닫고 나왔다. 온몸의 살이 다 떨렸다.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갔다.

 교회만 오면 멈췄던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비워진 마음에는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가 채워졌다. 예배드리고 기도할 때는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너무도 갈급했다. 조용기 목사님과 이영훈 목사님의 설교를 모두 듣기위해 주일 3부, 4부 예배를 연달아 드렸다. 성경학교도 등록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다 우연히 대화를 나눈 분이 내가 사는 지역, 지역장님의 남편이셨다. 그분들을 통해 교적을 등록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이 되고 교구에 소속이 됐다. 교구 전도사님과 성도들은 가족처럼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셨다. 지역장님의 인도로 구역예배를 드릴 때마다 기도제목을 한 가지씩 내놓고 합심기도했다. 놀랍게도 우리 지역 사람들은 거의 다 응답을 받았다. 나도 응답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다니면서 내 입술의 말도 달라졌다. ‘하나님 왜 저는 돈이 하나도 없나요. 아버지 딸인데 왜 없나요’ 하다가도 얼른 입술을 닫고 긍정적인 기도로 바꿨다.

 설교를 들으면 마음에 새기려 꼭 메모를 했다. 그 말씀들 중 핵심이라 생각되는 문장을 뽑아 따로 적어 아들 밥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 메모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메모들은 아들 방 거울에 하나씩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이번에는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감사합니다’ ‘엄마 식사 맛있게 했습니다’ 작은 변화이지만 내게는 정말 큰 감동이었다. 드디어 8월 아들이 며느리에게 연락을 취했다. 며느리는 이혼 후 초등학생 어린 손자 둘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착한 며느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손자들도 항상 그리웠다.

 아들과 며느리의 연락 횟수가 늘더니 방에만 있던 아들이 나와서 자기 가족이 있는 집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하루, 이틀, 삼일 점점 늘어났다. 얼마 후 추석을 기해 아들과 며느리가 합치기로 결정했다. 할렐루야! 온전한 가정을 이룬 아들 내외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 가까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 남편을 사랑해 주는 며느리가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더욱이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자녀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아들은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되니 아이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는지 가장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며 취업 준비 중이다. 달라진 아들은 삶의 기로에 서고 고비를 넘길 때마다 엄마의 기도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이제는 혼자 있게 된 나를 걱정하며 엄마가 밥을 잘 드시고 계신지 안부를 묻는다.

 하나님께서는 살아계신다. 무엇으로도 달라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절망적인 상황을 희망으로 바꿔주셨다. 하나님이 계시기에 나는 오늘도 꿈을 꾸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