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는 모 기업 의뢰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우광혁 교수를 인터뷰하러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장애인 시설, 병원 등에서 소위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있는 그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어느 유행가처럼 활동 범위가 게릴라전을 방불케하기 때문입니다. 그날은 부산 모 대학병원에서 소아암 환아를 위한 희망콘서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무대에서 막 내려와 날숨을 내뱉는 그와 나눈 이야기.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주는 것은 ‘비전’이라는 우리네 인생 과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그가 삶에서 직접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시대의 명작을 남긴 작곡가들은 하나 같이 모두 일찍 죽었어요. 모차르트부터 유재하까지, 명이 다 짧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작곡 안하기로 했어요. 하하. 오래 살아야죠. 가능하다면 제 생을 가장 길게 연장해서 희망을 주는 공연 일정으로 꽉 채워야죠” 농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말했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이 치열하게 생을 거쳐 깨달은 진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사실 재능은 돈보다 기부하기가 더 좋아요. 물질은 지금 내 수중에 단 돈 만원이 있는데 여기저기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그 돈을 쪼개야 하죠. 하지만 재능은 내가 만원에 해당되는 감동을 열 사람에게 똑같이 나눠줄 수 있어요”
십 여 년 전, 우 교수는 갑자기 쓰러져 보름 정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누워 있으면서 재능도 내가 남을 위해서 쓰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지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면 내 재능을 마음껏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그는 희망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매일 매일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공연 시작 5분 만에 고목같이 굳은 사람들의 얼굴에 새싹 같은 미소를 퍼뜨리는 것은 다름 아닌 기적 그 자체입니다. “청중들이 내 앞에 머물러 있는 그 시간만큼이라도 저는 그들의 그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들이 스스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죠. 그것을 느낀 사람은 그 어떤 절박하고 외로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 자신을 도와줄 따스한 손길이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거든요”
그와의 대화 끝에 우리네 인생에 영원한 숙제인 비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으실 때, 한가득 미소를 머금으시며 듬뿍 불어 넣어주신 우리 안에 달란트 그리고 비전. 지금 당신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십분 활용하며 그 비전 가운데 살고 있으신가요? 혹 미로 같은 인생길에서 좌충우돌하며 아직 비전 찾기 중이라면, 우광혁 교수의 말을 기억하세요. 그의 말 중 핵심 단어 세 가지를 마음에 담으세요. 재능, 나눔, 그리고 시간. 당신의 비전 여기, 답이 있습니다.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