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은 ‘소통’입니다. 사방에서 “소통하자”, “소통이 필요하다”라고 합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교와 직장에서도, 기관과 단체에서도 ‘소통이 없어서 큰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치관 또는 이해관계에서 부딪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지위의 높고 낮음, 권력의 있고 없음,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는 사람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소통을 이야기합니다. 소통을 거부하면서 소통의 필요성을 말하는 모순의 상황입니다.

 힘의 우열관계가 뚜렷한 집단끼리 맞설 경우 소통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양쪽의 힘이 비슷할 때는 양보를 통해 극적인 타협에 이르기도 하지만, 한쪽의 힘이 큰 경우에는 구태여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사회적 약자로부터, 소외계층으로부터 그리고 비주류로부터 높게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국어사전은 ‘소통’을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으로 간단히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의 심오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교류’와 ‘교통’을 포함해 ‘공감’과 ‘배려’, 더 나아가 ‘상생’과 ‘희생’의 영역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참된 소통은 상대방의 처지를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 즉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약자보다는 강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포기할 수 있고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내려 올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이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하면서 소통을 말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세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구원받은 백성, 크리스천들은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시 권위주의적인 이스라엘 율법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 즉 힘없고 약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와 고통을 함께 하면서 위로하고 구원을 선포하셨습니다. 결정적으로,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와 십자가의 죽음을 거쳐 부활하신 전 과정은 참된 소통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참된 소통이 그립다면 예수님을 보면 됩니다.

 너도나도 소통의 위기를 말하는 지금, 구원받은 백성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소통의 모범을 보일 책임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크리스천들이 예수님을 본받아 자신을 희생하면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처럼 꽉 막힌 사회에서는 더 많은 소통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