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니 건강과 축복 가득 부어주셔

 큰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무렵이었다. 애가 아무 것도 먹지를 못하고 심지어 앉아있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도 이런 증상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대학병원 3∼4곳을 다니며 검사를 받았지만 병명조차 알 수 없었다. 아이는 먹지 못하니 자연스레 말라 뼈만 남아 앙상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굴렀다. 하루는 이웃이 내게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가보라”고 권유했다. 사실 나는 이전에는 교회도 하나님도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딸이 병에서 나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딸이 기도 받을 수 있도록 교회에 데리고 갔다. 당시 교구장님이 내게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 가보라고 말했다. 역시 무작정 기도원으로 갔다. 기도원에서 만난 목사님은 기도에 앞서 내게 질문했다. “무엇을 좋아하시오? 술? 담배?” 나는 건축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술과 담배는 일상이었다. 특히 담배는 하루에 두 갑씩 피웠다. 목사님은 내게 “이 시간 이후로 술과 담배를 끊고 금식기도하라”고 말했다. 나는 금식기도가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딸을 살리기 위해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1년 전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아내는 내게 “나는 일주일을 금식기도할테니 당신은 3일만 금식기도하세요”라고 말했다. 늘 하루에 5번 식사를 하던 내게 금식은 정말 힘들었다. 내가 금식한다고 딸이 나을 수 있는건지 의심스러웠고 딸도 딱히 차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딸을 살려달라며 아내와 함께 열심히 기도했다. 어떻게 기도하는건지도 몰라 그냥 애원하고 매달렸다. 내가 약속한 3일째 저녁예배 때였다. 움직일 힘조차 없어 꼼짝 못하던 딸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안 아무 것도 안먹은 아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딸은 나를 또한번 놀래켰다. 예배에 앞서 세수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는 우리의 도움을 받아 씻고 둘둘 말은 이불에 기대어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고 난 딸은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딸이 죽을 먹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딸이 나을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3일만 금식하려던 나의 계획은 단 하루라도 딸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하루 더 금식기도했다. 아내까지 일주일 금식기도를 끝내고 기도원을 내려갔을 때 딸은 스스로 걸어서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할렐루야.

 그렇게 나는 딸을 살려주신 하나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술과 담배를 모두 끊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온전한 신앙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에 시작한 신앙생활이어서인지 ‘봉사하라’는 주위의 말에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큰 일’이라며 무시했다.

 그러던 1997년 겨울, IMF구제 금융 요청사태로 나라가 시끄러울 무렵 나는 배가 아파 이대목동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내게 위암선고를 내렸다. 당시만 해도 ‘암환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의식이 팽배할 때였다. 다음해 1월 나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교구식구들과 장로님들 등이 쉼없이 찾아와 기도해주었다.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빠진 내게 그들의 기도는 큰 힘이 됐다. 어느 순간 수술이 두렵지 않고 담담했다. 다행히 수술도 잘 마치고 몸은 건강하게 회복됐다. 나는 ‘이미 죽었던 것이나 다름없던 인생이다. 덤으로 얻은 인생을 주님을 위해, 남을 위해 사용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남선교회 봉사실에서 5년만 봉사해야지 시작했던 것이 벌써 만 14년째다.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참고 인내하면서 겸손해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봉사를 통해 받은 축복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딸의 건강은 물론 사업의 축복도 받았다. 무엇보다 성령충만을 체험하고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주님 오시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봉사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소망이다. 최근 젊은 봉사자들이 쉽게 봉사를 포기하는 것을 본다. 조금만 참고 인내하면 주님이 주시는 축복을 누릴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함께 봉사하며 함께 축복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