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입니까
개인의 욕심과 사회적 정의가 충돌하는 영화
물 부족, 기상 이변 등 환경문제 메시지 담아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생수는 주님만이 공급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닙니다. 주인공 랭고는 어항에 갇혀사는 카멜레온입니다. 우연히 모하비 사막 고속도로위에 떨어지게 되고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의 혼란에 빠집니다. 그런 랭고가 선지자의 인도로 마을 황무지빌을 찾아가면서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됩니다. 자 그럼 영웅이 된 랭고의 활약 속으로 같이 들어가볼까요?
 랭고가 찾아간 황무지빌은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해 곤란에 빠져있는 마을입니다. 물의 소중함을 아는 마을 사람들은 돈대신 물로 은행에 저축을 합니다. 이 상황에서 악한이 등장하는데, 물을 통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시장입니다. 능글능글한 시장은 제한적 급수를 통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만행을 저지르나 마을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또한 랭고를 허수아비 보안관으로 임명해서 이용하려 합니다.

 황무지빌에서는 수요일 정오가 되면 물을 배급하는 거룩한 의식이 진행됩니다. 마을주민들은 수도꼭지 앞에서 ‘할렐루야’를 외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랭고 보안관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쏟아져야 할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질 않습니다. 엎친대 덮친격으로 마을의 물이 보관되어 있던 은행의 물통이 강도들에게 도둑을 맞게 됩니다. 황무지빌 최대의 위기였지만 보안관인 랭고에게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물은 황무지빌 주민들에겐 생명이자 복음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목마르지 아니하는 생명의 물을 주셨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그 마르지 않는 물을 통해 구원을 받았지만, 황무지빌 주민들은 점점더 고통속에 빠집니다.

 결국 보안관 랭고는 CSI 과학수사대를 모집하여 광야로 나섭니다. 그러나 찾고자 했던 물은 찾지 못하고 도리어 물을 빼돌리는 시장의 흑심을 알아채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랭고는 시장이 고용한 킬러 제이크에 쫓겨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위기는 기회일까요. 보안관 배지를 버리고 마을을 떠난 랭고는 광야의 선지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해야할 일을 깨닫게 됩니다. 마을사람들에게 생명의 물을 되찾아 주는 일이 자신의 사명임을 가슴으로 알게 된 것이죠.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녀로 불러주신 것을 소명(Calling)이라 하고, 사명(Mission)은 그렇게 구원받은 우리가 해야 할 ‘그 무엇’입니다. 랭고는 ‘그 무엇’이 생명되는 물을 찾는 것임을 확신합니다. 고난은 랭고에게 고통과 외로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성장도 선물했습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 가운데 만나게 되는 고통은 우리에게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황무지빌로 돌아온 랭고는 <장고2-돌아온 장고>처럼 사건 해결의 독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영화는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갑니다. 관객들에게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영웅이 절대악을 제압하고 이기는 헐리우드식 결론은 관객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영화를 보게합니다.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틈틈이 등장하는 오마주 기법입니다.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입니다. 영화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 감독의 영화 한 장면을 따라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흔히, 미국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향을 받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를 예로 듭니다. 브라이언 감독은 그의 영화 <드레스드 투 킬>에서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 <사이코>에 등장하는 욕실의 샤워 살인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하였습니다. 1988년작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에서 보여준 안성기의 행동은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 스타일을 본떠 표현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오마주보다 패러디 기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패러디가 흉내내어 재미있게 표현하려는 의도라면, 오마주는 존경과 사랑으로 같은 장면을 사용함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애정어린 향수에 빠지게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영화에서도 곳곳에 오마주가 나타납니다. 특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협곡 추격씬은 영화 <스타워즈>에서 따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감독은 스타워즈 OST를 틀어줌으로 깊은 애정을 나타냅니다. 또한 일대일 결투장면은 <황야의 무법자>를 연상하게 합니다. 영화 초반에 어항에 갖혀있던 주인공 랭고가 모하비 사막에 떨어지는 장면도 <스피드>의 키아누 리브스를 생각나게 합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조니 뎁(랭고 목소리)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입니다.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은 DVD로 소장해도 좋습니다. 생명의 근원되시는 구원자를 찾게 하며, 무엇보다 ‘나는 누구입니까’라고 묻게 되는 유쾌하지만 의미있는 영화입니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