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고객님 되십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홍보성 전화가 걸려옵니다. 때마침 꼭 필요한 정보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아니 받았으면 좋았을 전화입니다. 예전에는 짜증을 내거나, 또는 일방적으로 그냥 전화를 끊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냥 고분고분 설명을 듣고 “나중에 필요하면 전화하겠습니다”라고 대화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상담원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 일정한 분량의 업무가 할당돼 있다고 합니다. 최소 업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냥 짠한 마음 때문에 모질게 내치지를 못합니다.

 지하철 입구서 빌딩 모서리에서 광고 전단을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예전엔 그냥 외면하고 지나쳤지만, 언제부터인가 꼬박꼬박 광고지를 받아들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가면서 받고, 오면서 또 받기도 합니다. 십중팔구 휴지통에 던져 버릴 전단지라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은 광고지를 나눠주는 분들이 대부분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섰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빨리 자신의 할당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거리 행상에서 또는 노점상에서 저가 소모품을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긴하게 쓰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더 싸고 좋은 물건을 살 수도 있지만, 그냥 지갑을 열기도 합니다. 어차피 소모품이라면, 내가 부담할 비용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늦은 밤 귀가하다가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성경책을 더듬더듬 읽어가는 노점상의 모습을 보면, 짠한 감동과 함께 무엇인가를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짠해진다” 어디선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요령피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을 보면 머릿속을 맴도는 말입니다. 특히, 영악하지 못한 까닭에 그 흔한 부동산 투기나 위장 전입 한번 못하고, 교활하지 못한 까닭에 그 흔한 병역기피나 탈세 한번 못하고, 그냥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더 마음이 짠해집니다. 짠한 마음은 어느새 숙연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 한 번에 한몫 크게 잡으려고 온갖 편법과 탈법과 불법을 기꺼이 감행하고 있지만, 그러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사회가 망하지 않고 견뎌내는 까닭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꾸려가는 보통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원한 천국을 마음속에 모시고 사는 크리스천들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든 것이 짠해지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나 봅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