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자아상은 의욕 없애고 혼란가져와   
융통성 가지고 자신을 이해하는 것 중요

우리 모두에게는 용서해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 얼마 전 교회 중등부 아이의 어이없는 장난으로 휴대폰이 잠긴 나는 바쁜 일정에 서비스센터에 갈 시간도 없이 며칠간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호기심과 충동심이 많은 청소년들을 만날 때면 종종 이런 불편을 겪을 때가 있다. 휴대폰으로 문자도 받을 수 없고 전화도 걸 수 없다고 말하며 약속된 시간에 전화를 달라고 했는데 생각나는 비밀번호를 습관처럼 문자로 보내주는 사람. 이들이 중학생이다.

 그렇다면 중학생들이 보는 어머니 아버지는 어떨까? 학교와 학원에서 하루 종일 공부압력에 시달리다 집에 들어와도 부모가 보는 자녀의 모습은 늘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다 보니 그들은 자녀에게 다시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신다. 집은 쉬는 공간 아닌가? 직장에서 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에게도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자녀에게도. 이러한 부모의 습관적인 걱정과 잔소리는 자녀들의 마음을 닫히게 만든다.

 부모의 몰이해와 자녀의 개념 없음 사이에 서로를 불편하고 답답하게 여기는 가족들을 만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한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부족함을 용서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실수를 했는지 자녀가 부모에게 어떤 실수를 했는지 스스로 깨달아 돌이키는 것은 쉬운 일일까? 자신의 잘못을 아는 것과 타인의 잘못을 아는 것을 비교해 보면 자연적으로는 타인의 잘못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우리의 눈이 나 자신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이 내 눈의 들보 보다 남의 눈의 티끌이 더 잘 눈에 띄는 것이 일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스런 현상 때문에 우리는 부모나 형제 또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 보다 훨씬 쉬워지는 현상도 보이게 된다. 물론 타인을 용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나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부족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자신이 없는 사람, 의기소침한 사람, 괜히 화가 나는 사람, 모든 일에 의욕이 없는 사람, 온통 불만투성이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용서해야 하는 나 자신의 내밀한 주제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용서받지 못한 손상된 자아상은 다양한 불쾌감정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 사람들은 자기관리와 대인관계 관리에 의욕을 잃고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용서해야 할 나 자신의 주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 첫 번째는 내가 비난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 어떠한지 찾아보는 것에 있다. 질서를 안지키는 사람, 약속을 쉽게 어기는 사람, 용돈을 풍족히 주지 않는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 등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행위를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질서를 안지키는 사람을 너무나 싫어하고 비난해 왔던 사람은 자기 스스로 질서를 잘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 사람은 약속시간에 늦지 않거나 남의 자리에 앉지 않거나 새치기 하지 않는 등 여러 삶의 질서를 존중하고 성실히 지켜 나간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중요한 일로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나 급한 약속으로 다른 사람을 밀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 하는 상황에서 그 사람은 자신이 강조한 질서를 자신이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인한 불편감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혹은 자신이 만든 틀로 인해 다른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융통성 없는 경직된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자신이 불편하지만 그 틀을 깰 수 없는 것은 자신이 그 틀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질서는 깨질 수 있다. 우리 사고와 행동의 틀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융통성을 보여야 건강하다. 내가 용서할 수 없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생각해 보고 내가 그 행동을 해야 했던 상황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용납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1. 특별한 일 이야기 나누기

① 4∼5명의 같은 또래 청소년들이 집단을 이루어 둘러앉도록 한다.
② 한 사람씩 돌아가며 지난 한 주 혹은 지난 한 달간 만났던 사람들 중 이해할 수 없는 가장 특이한 사람이나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소개해 보도록 한다.
③ 리더의 진행에 맞춰 자신이 말한 사람을 특이한 인물의 입장이 돼 변호하고 다른 친구들이 그 사람을 지적하거나 질문하거나 비난해 보도록 한다. 필요에 따라 리더가 주인공의 자기 변호를 도와주기도 한다.
④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사람의 입장이 돼 타인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 보는 경험을 한다.
⑤ 이번에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자신의 단점을 돌아가며 이야기해 본다.
⑥ 리더가 단점을 가진 학생이 되고 집단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한지 지적해 보도록 한다. 리더는 그 아이가 돼 자신을 변호한다. 집단원들이 참여가 무르익으면 집단을 2팀으로 나누어 변호팀과 공격팀으로 대화를 진행해 보도록 한다.

 2. 강 건너기 <재료: 마스킹 테이프, 리본 끈>

①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바닥에 테이프로 붙여둔 출발선 위에 선다.
②진행자는 테이프에서 30cm 떨어진 곳에 테이프 선과 평행하게 리본 끈을 길게 펼쳐 놓는다.
③ 손을 잡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손을 살짝 잡아주면 동시에 두 선을 뛰어 넘는다.
④ 선을 밟지 않고 모두 잘 통과하면 리본끈을 옮겨 두 선 사이를 5∼10cm 가량 더 넓힌 후 같은 방식으로 선 뛰어넘기를 하게 한다.
⑤ 두 사람 모두 노력해서 실패감 없이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는 선에서 활동을 마무리한다.

3. 손발 아웃라인 그리기<재료: 물티슈, 도화지, 색연필(또는 크레파스)>

① 두 사람씩 짝을 이루도록 한 후 도화지와 색연필을 나누어 주도록 한다.
② 도화지 위에 한 사람의 손이나 발을 올려 놓고 파트너가 손이나 발의 아웃라인을 따라 색연필로 선을 그어주는 활동이다.
③ 모두 파트너의 도움으로 손이나 발을 그리고 나면 실제 손이나 발과 그려진 모습을 비교해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손이나 발에 있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특징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도 있다.
④ 활동이 끝나면 파트너끼리 서로의 손이나 발을 물티슈로 닦아 주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글: 김수정(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장) 그림: 염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