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가정 이룬 게 생애 큰 축복”

모래벌판에 세워진 교회에서 시작된 행복
세상적 명예보다 하나님 제일주의 늘 강조                          

 순복음과 인연 맺고 삶의 터전 옮겨

 백화기 원로장로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만난 건 딸 재은 씨를 낳은 후였다. 오랜 위장병으로 고생하자 아내 유홍주 권사의 친구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소개했다. 여의도 모래벌판에 세워진 교회를 찾은 백 장로는 속사포처럼 터져 나오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에 그만 빠져들고 말았다.

 뜨겁지 않았던 그의 믿음은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서서히 불타오르게 됐다. 백 장로는 마침 둘째 아이, 아들을 얻고 싶은 소망을 갖고 기도를 시작했다. 얼마 후 아내가 잉태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면서 그의 믿음과 기도생활은 놀랍도록 뜨거워졌다. 이내 그는 삶의 터전을 교회가 있는 여의도로 옮기기로 작정하고, 아들이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이사를 왔다.

 1973년, 그때를 시작으로 여의도는 백 장로 가정에게 있어 삶과 믿음의 터전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기도 끝에 아들을 얻고 어린 두 자녀와 함께 교회를 다닌 백 장로 부부는 오랜 위장 장애가 속히 낫기만을 바라며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병은 쉽게 낫질 않았다. 모태신앙인이었던 아내는 주님을 믿지 않던 시어머니를 찾아가 간곡히 청했다.

 “유 권사가 내 병이 낫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더군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칠십이 넘은 어머니는 바로 결단하시고 교회를 나와 나를 위한 기도를 시작하셨습니다”

 불교 집안 9남매 중 맏이었던 어머니가 교회를 다닌다는 소식에 주변의 반발은 거셌다. 하지만 노모는 아들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신실한 어머니의 기도로 백화기 장로는 오랜 위장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리사랑과 치사랑

 백 장로에게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였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는 아들 셋, 딸 하나를 홀로 키우며 힘겹게 뒷바라지를 했다. 돈이 없어 백화기 장로가 전주고를 입학할 수 없게 되자 어머니는 남아있던 재산인 논 다섯 마지기를 팔아 아들의 입학금을 대줬다. 백 장로는 어머니의 내리사랑을 보면서 반드시 성공해 효도하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펼치겠다는 꿈을 가졌다.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백 장로에게 긍휼한 마음을 가르쳤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아버지는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도왔다. 거지가 찾아오면 겸상하고 반드시 배불리 먹여 돌려보냈다. 한 달에 한번은 어려운 이웃을 불러 잔치를 베풀었다. 아버지를 묻는 날 상여 뒤를 따라가던 백 장로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평소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자녀들이 복 받을 거야” 상여가는 길 위로 무지개가 뜨자 사람들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하나님이 이 사람을 기억하시나 봐” 백화기 장로는 당시 교회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유홍주 권사에게도 부모님의 내리사랑은 각별했다. 친정어머니 조옥영 권사는 전주여중·고 교사, 오수중·삼례여중 교장을 지낸 교육자다. 열정적인 교육열과 신실한 믿음을 지닌 어머니 덕에 유홍주 권사는 어려서부터 음악과 열정적이고 순종적인 신앙을 배웠다.

 부부는 사랑과 신뢰 속에서 받은 내리사랑을 잊지못해 부모에 대한 치사랑에 지극했다. 백화기 장로는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섬겼다. 노모가 여든을 넘겼을 때 한차례 고비가 있었다. 백 장로는 노모의 손을 잡고 “아흔까지 사셔야 효도를 다할 수 있다”며 눈물로 기도했다. 기도의 힘은 위대했다. 다시 깨어난 노모는 아들의 소원처럼 아흔을 다하고 천국으로 가셨다.

 유 권사의 모친 조옥영 권사는 현재 아흔 한 세다. 2008년 조옥영 권사 미수연(88세 기념) 때 자녀들은 전주에서 음악회를 열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대를 이은 사랑의 하모니

 집안의 내리사랑과 치사랑은 대를 이어 자녀들에게로 이어졌다. 백화기 장로와 유홍주 권사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말씀과 기도로 키웠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부부는 생일 때는 물론 가끔 영시를 써서 자녀들에게 카드와 이메일로 보낸다. ‘행복으로의 초대’ 전도지에 적힌 명언도 꼬박 꼬박 보내준다. 

 은혜의 꼴을 먹고 자란 자녀들은 자라면서 신앙의 깊이가 더해졌다. 딸 재은 씨는 예원중·서울예고를 나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첼로를 공부했다. 유학시절 재은 씨는 하나님을 위해 사는 믿음의 삶을 결단했다. 현재 미국 산호세에 거주하는 재은 씨는 ‘뷰티플 마인드 앤 하모니 오브 하트 앙상블’의 총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2006년 시작된 ‘뷰티플 마인드…’는 장애가 있는 핸디캡 아이들을 음악과 미술로 치료하는 자선단체다. 첼로 연주자인 딸은 아이들에게 직접 첼로를 가르쳐주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 미국인은 물론 교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재은 씨의 긍휼한 마음은 조부, 아버지에 이어 더욱 빛을 발산하고 있다. 유홍주 권사는 “딸 재은이는 ‘뷰티플…’이 온전히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하나님의 단체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딸의 신앙을 극찬했다. 

 유홍주 권사는 딸을 가리켜 “친구이자 음악과 신앙의 동역자”라고 소개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를 이어 첼리스트로 활동 중인 딸은 지난 5월 유 권사가 이끄는 시온성가대(우리교회 수요 2부)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3년 반 동안 준비한 대곡 ‘사도 바울’(멘델스존 작)을 공연할 때도 힘이 돼 줬다. 공연 당일에는 말없이 공연장에 나타나 유 권사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무작정 공항에 나와 종일 기다려 비행기 표를 겨우 구해 왔대요. 아이 엄마도 딸에게 잘했지만 딸도 엄마에게 지극정성이에요” 백 장로는 모녀간의 사랑이 너무나도 각별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주신 능력은 반드시 하나님 위해 써야

 전주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를 하다 결혼 후 현재 사업체인 유니온 기업을 차린 백 장로는 회사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오르자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1977년 집안 어른들과 함께 만든 ‘천총봉 장학회’는 지금까지 고등·대학생 10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는 2대 회장으로 23년 째 장학회를 이끌며 “보람된 일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이라고 고백했다.

 교회에서 해외협력·교회개척·성가·인사위원장 등 요직을 거쳐 2009년 원로장로로 추대된 백화기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신앙 생활한 것은 인생의 가장 큰 복”이라고 말했다. 하나님께 너무나도 큰 은혜를 받았다는 백 장로는 가족에게 늘 “세상적인 명예보다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믿음을 갖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주신 달란트는 반드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할 것을 당부한다.

 두 자녀가 대학생이 됐을 때 다시 학업을 시작한 유 권사는 세종대 대학원을 거쳐 한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세대 신학부 학생들에게 교회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시온성가대와 여의도직할성전 성가대·다윗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자신에게 주신 달란트를 온전히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며느리까지 주님을 찬양하는 도구로 쓰임 받고 있는 것에 백화기 장로 내외는 “드릴 것은 감사고백 뿐”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가족음악회 열고 싶어
 
 유홍주 권사의 친정은 음악가 집안답게 이미 3회 가족음악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백화기 장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찬양을 유 권사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해줄 때가 행복하다며 색소폰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최근 사위(신상준·삼성전자 미국 서부 법무팀장)가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며느리, 딸과 외손녀가 이미 연주자이고 아들(백광현·사업) 역시 피아노를 잘 쳐 함께 가족음악회를 열고 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습니다”
 백화기 장로는 하나님이 세워주신 믿음의 가정이 대를 이어 견고해지는 게 생애 최고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님을 찬양하는 도구, 큰 은혜를 입은 만큼 긍휼한 마음으로 이웃 사랑을 전하는 일꾼으로 계속 쓰임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모 조옥영 권사(가운데)와 함께한 백화기 원로장로 가족사진.
글·오정선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