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라는 교만 버리고 고객의 소리 들어야

 고객은 논쟁할 상대가 아니다. 어떤 누구도 고객과의 논쟁에서 이긴 사람은 없다. 최근 필자는 성공과 목표달성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메시지를 ‘습관부터 바꿔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CEO는 물론 조직 구성원들이 필독하여 큰 성취를 이루어 내기를 기도한다. 바꿔야 할 건 전략이 아니라 일상을 지배하는 습관이다. 성공하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꼭 필요한 습관을 바꾸는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그런데 이러한 습관은 한번 잘 못 길들이게 되면 고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습관을 제대로 몸에 익혀서 잘 길들여지게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을 품는 습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취임 초기에 약 8시간에 걸쳐 전략회의를 하는데 온갖 기술적 전문용어와 난해한 설명 앞에서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 나는 심한 좌절감을 느꼈고 집에 돌아가 마티니를 마셔댔습니다”

 1993년, 쓰러져 가는 최고의 컴퓨터 회사 IBM에 회장으로 전격 취임한 루 거스너(Louis Gerstner)의 이야기다. 식품회사 사장 출신의 이방인인 그가, IBM이라는 거대한 코끼리에 탑승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이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려낸 것은 ‘컴맹’인 거스너 회장 자신이었다. 전략회의 과정을 곰곰이 돌이켜본 결과, 그는 그 길고 긴 회의시간 동안 ‘고객’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거래선과 IBM 컴퓨터를 이용하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고객들이 정말로 원하고 선호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도출해냈다. 점점 복잡해지는 정보시스템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한 자리에서 쇼핑을 끝내고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IBM만이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결론을 내린 그는 당장 그런 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회사의 연구진과 기술진은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제품은 도저히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거스너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이 결단으로 인해 IBM은 기사회생에 성공했으며, 지금까지도 159개국에서 8만 명이 넘는 우수 인력이 시스템 구축과 컨설팅,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면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최소한 자신의 분야, 자신의 업계, 자신의 제품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이 이미 변화하고 있어도,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충고를 해주어도, 고객들이 요청을 하거나 불만을 토로해도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일축하기 일쑤다. 그러나 거스너는 IBM의 내로라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이 오만에 빠져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을 때, 누구보다 고객의 소리를 먼저 들었고 이를 통해 위기에 빠진 IBM을 늪에서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사실 당시 IBM에서 일한다는 것은 특별한 엘리트 집단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급료도 적지 않았고 선발과정은 엄격했으며 IBM의 직원은 ‘자신들이 항상 최고’라는 대단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이 결국 IBM을 위기로 몰아간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 누구도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무모하게(?) 변화를 주장하지 않았다.

 우리 주님은 바리새인과 서기관처럼 성경의 문구를 두고 논쟁하지 않으시고 현장에서 즉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시는 습관을 가지셨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군림하는 사자나 호랑이 등의 맹수는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순록이나 누우떼는 더욱 번창하고 있다. 시장과 고객과 자연을 품는 주님의 온유하신 습관을 배우고 실천했으면 한다.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