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헌신과 사랑 통해 하나님의 사랑 깨닫게 해
온 가족 함께 볼만한 가슴 따뜻한 영화

 좋은 영화 한 편을 만났습니다. 요즘처럼 비 온 날보다 맑은 날 세기가 더 쉬운 때, 피부 광합성을 못해서 우울해 하는 사람이라면 이 한편의 동화같은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아낌없이 별다섯개 평점을 던지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가서 엄마들이 울고 나오는 영화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황선미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했고, 얼핏 아이들이 보는 동화려니 하고 아이들 떼밀며 영화관을 찾았던 부모님들이 입소문 내기에 바쁜 걸작입니다.

 입이 마르게 칭찬했으니 이제 내용을 알아볼까요. 이 영화는 매일 알만 낳던 운명의 암탉 잎싹이의 이야기입니다. 틈나는대로 바깥세상을 동경하던 잎싹(문소리)은 양계장을 탈출해, 나그네(최민식)와 달수(박철민)의 도움으로 자유를 만끽합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주인 없이 버려진 뽀얀 오리알을 발견한 잎싹은 난생 처음 알을 품게 됩니다. 드디어 알에서 깨어난 아기 오리 초록(유승호)은 잎싹을 ‘엄마’로 여기고 따릅니다. 족제비(김상현)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늪으로 여정을 떠나는 암탉 잎싹과 청둥오리 초록.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는 관계인 두 캐릭터의 꿈이야기가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바람을 가슴에 간직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황선미 작가의 말대로 우리를 지탱하고 나아가게 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잎싹은 영화시작부분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 있다면…”이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착한 암탉입니다. 새신자를 품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우리 교회 지구역장님들 마음 같습니다.

 잎싹은 한숨쉬며 밖을 내다보는게 매일의 일상입니다. 닭장 철망속에서마나 밖을 내다볼수 있는데 잎싹은 다행히도 문쪽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천 문화활동이 중요한 것입니다. 기독문화에 자꾸 노출될 수 있도록 크리스천들이 다양하게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그래야 잎싹같은 비신자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으니까요. 잎싹은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부러워서 ‘잎싹’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름을 갖고 나서부터 골똘히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마치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사래가 사라로 이름이 바뀐후 그들의 삶이 진정성을 띄게 되었듯이 말입니다. 잎싹은 눈을 감고 마당을 자유롭게 오가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바라본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바라보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그러던중 잎싹은 드디어 마당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처음 교회다니기 시작하면 주변사람들의 눈초리가 달라집니다. ‘너도 교회다니니?’라는 말을 수시로 듣게 됩니다. 잎싹도 그를 비웃는 말들을 참아냅니다. “음식의 요릿감이 되는게 훨씬 닭답게 죽는 일이다” “어리석고 부끄럽지 않냐”는 등 잎싹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조선 최고의 명궁이라던 박해일의 힘껏 당긴 화살촉(최종병기 활, 2011)보다 더 날카롭습니다.

 그런 험악한 마당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꿈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꿈은 고난을 이기는 힘을 제공해 줍니다. 그런데 그에게 또 하나의 꿈이 있으니, 알을 품어 새생명의 탄생을 보는 것입니다. 이때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되는 카리스마 캐릭터가 최민식의 목소리로 탄생한 나그네입니다. 나그네는 청둥오리들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족제비에게 잃은 후 잎싹으로 하여금 자신의 알을 품도록 도와줍니다. 내 꿈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꿈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매일하는 중보기도의 중요성, 강조하고 강조해도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초록이가 태어납니다. 그의 탄생은 자신의 몸을 족제비에게 던진 아빠 나그네의 희생과 점점 여위어 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채 알을 품은 엄마 잎싹의 열정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뒤돌아보면 우리의 인생도 똑같습니다. 단지, 알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니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남은 시간 부모님께 잘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 큰 수확일 것입니다. 초록이는 성장하면서 엄마와 다른 자신을 발견합니다. 놀림도 받지요. 그러나 엄마에 대한 사랑이 그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합니다.

 초록이의 꿈은 청둥오리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원작에 없는 장면들이 몇몇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파수꾼을 뽑는 대회씬입니다. 공중높이 떠올랐다가 낙하하며 물위를 닿을 듯 말 듯 비행하는 ‘파수꾼 선발 대회’를 보고 있으면, 스타워즈에서의 고전적인 비행씬이나 해리포터가 빗자루를 타고 공중에서 학우들과 경기를 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물론 잎싹의 꿈을 향한 비행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꿈을 가진자는 아무리 척박한 환경과 사람들의 질시 가운데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꿈이 있기에 아픔을 견디고 상처를 싸매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3000미터 고지에서 비바람을 견뎌내고 우뚝 서있는 백향목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뜻일껍니다.

 이 영화가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끌수 있는 것은 달수(박철민 분)의 맛깔난 연기 때문입니다. 야생수달이면서 동물들의 주거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공인중개사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는 달수는 빛나는 조연입니다. 그가 있었기에 영화내내 웃을 수 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반전입니다. 감동적인 반전입니다. 자꾸 앞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을 잡다가 놓치기도, 한손에 든 팝콘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충격적인 반전이 준비돼있습니다. 자꾸 이 장면에서, 아니 이 영화 보는 내내 ‘예수님의 사랑’이 떠오르는 것은 왜였을까요. 그 답이 궁금하시다면 철들지 않은 아이들과 철들지 않는 남편을 토닥거려 가까운 영화관을 찾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