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자마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도심 도로가 빗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주택가와 민박촌을 덮치고, 전기가 끊겼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이 속출했습니다. 피서를 마다하고 봉사활동을 떠난 훌륭한 젊은이들이 희생됐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광화문 앞 도로가 침수됐습니다. 생활 기반시설이 가장 잘 갖춰졌다고 알려진, 그래서 선망의 주거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 지역도 물에 잠겼습니다.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핵심 지역이 흙탕물 호수로 변하고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산사태가 넓은 도로를 가로질러 주택가와 아파트를 덮쳤고, 살기 좋았던 전원 마을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세계적 도시 서울은 졸지에 무방비 도시가 됐습니다. 자연재해는 농어촌이나 산간 변두리 지역, 또는 개발이 제대로 안 된 지역에서 벌어진다는 선입견이 무너졌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였지만, 피해가 이처럼 커진 것은 사전 대비가 소홀했던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이 삭감된 후유증이라는 지적, 지난해 침수 지역에 대한 보강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자연 재해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보다 경험이 많고 기술이 앞서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들도 엄청난 폭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의 능력은 작고 초라합니다. 첨단 과학기술이 자연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착각일 뿐입니다.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세상을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소명을 주셨지만, 자연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을 주신 것은 아닙니다. 자연의 섭리는 아직도 불가사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연의 주인은 하나님이고, 사람은 피조물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되, 겸손하게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비가 그치면, 많은 사람들이 언제 폭우가 있었느냐는 듯 다시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삼삼오오 떠날 것입니다. 수해 복구는 또다시 ‘그들’만의 숙제로 남겨질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크리스천들만큼은 수해를 입은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은 재난을 계기로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이 구체적으로 실천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최근의 잇단 자연재해는 부름 받은 크리스천들의 소명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우선, 폭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수해를 복구하는데 관심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물질적 정신적 지원이 아낌없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크리스천이 참된 크리스천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은 기도입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