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손 하나 까딱하기도 싫을 때 ‘나, 우울해’ 한다. 현대인은 심하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우울증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설도 있다.

 나는 너무 힘이 들어 탈진한 후에 우울증을 경험했다. 우울증이 마음의 병인 줄로만 알았더니 육신의 병이기도 했다. 탈진과 함께 무력감이 찾아오고 허탈감이 생기는데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허무하고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먹는 것도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었다. 얼굴은 생기를 잃고 축 처지고 눈동자도 힘이 없었다. 어떤 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남편은 ‘당신 이상해졌다’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내 감정을 이해할 만한 정서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깟 것 가지고 뭘 그래? 배가 불렀구만’ 하고 비난할 수 있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괴롭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죽을 만큼 괴로운 거다. 의욕은 떨어지고 무기력하고 그러면 정서적으로 더 큰 무력감이 생긴다. 그래서 입만 열면 ‘다 귀찮아’ ‘다 싫어’를 달고 살게 된다.

 실제 더 큰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콧방귀를 뀔 일이지만 어쨌든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많다. 우울증은 생각의 병 마음의 병(혹은 마음의 감기)이라고 할 만큼 심리적인 요인도 크므로 스스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도 우울증을 앓았다. 예술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들도 경제인들도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우울증은 나 혼자만 겪는 외로운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내가 모자라고 못나서 그렇다고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어야한다.

 나는 거울보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고 웃으려고 애썼다. 처음엔 웃는지 우는지 기가 막혔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거울을 보고 웃으려는데 웃음이 안 나와 엉엉 울었다. 울고 나니 후련해지고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햇볕을 쬐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다. 햇볕은 몸속에 유용한 비타민이나 호르몬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운동을 하면 무력감도 조금씩 회복된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밥을 잘 먹는 게 중요하다. 특히 식욕이 저하되고 매사가 귀찮으니 밥도 안 먹힌다. 밥을 안 먹으면 자연히 근육이 빠지고 나른하고 무기력해 진다. 두문불출 하지 말고 친구를 열심히 만나 수다도 떨었다. 자기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밖으로 표출하고 할 말도 하면서 좀 담대해질 필요가 있다. 또 성경을 읽고 기도 하려고 애썼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탄식처럼 했다. 지나놓고 보니 이것도 내 삶의 경험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우울증도 치료 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김영숙 원장(가정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