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옛날에 친했던 친구와 오랫만에 식사 약속을 했다. 술을 즐겨하는 친구라, 술자리를 피하기 위해 점심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약속한 날짜를 앞당겨 저녁을 하자고 했다. ‘저녁이면 분명 술을 할텐데’생각하며 머뭇거리다가 또 연기하기가 성가실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예상대로 앉자마자 술부터 시켰다. 내가 술을 끊었다고 말하자 실망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참, 재미없게 살고 있구만!”하고 핀잔을 주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다른 화제로 돌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이제 자네 나이도 있는데 술을 끊으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확 줄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그러자 그는 술이 조금 취한 탓인지 성을 벌컥 내면서 “술 안 먹는다고 너무 잘난 척하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너무나 정색하고 화를 내는 바람에 무안할 지경이었다.
TV에서는 술광고를 하지 않지만 영화관에 가면 젊은 여성 인기인을 내세워 술광고를 하고 도로 전광판과 가게엔 술광고 영상과 포스터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사람 눈길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술광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 심리학이란 학문이 생겼는데, 오늘날 광고홍보와 마케팅이야말로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가장 철저히 이용하여 유해한 것들을 소비하지 않으면 못배기도록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젊은 여성들의 음주와 흡연이 보편적 직장 문화의 하나로 가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첨단 광고기법이 매우 효과적인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서울의 낮과 밤을 며칠만 보내시면 당장 우리들의 생활을 바꾸라고 회초리를 드실 것 같다. 너무 많이 먹는 것, 특히 음주븡흡연과 각종 오락에 너무 빠져 있는 것, 인터넷과 휴대폰, TV를 끼고 사는 것, 쓰레기를 마구 버려 땅과 물을 오염시키는 것, 안식일을 잘 지키지 않고, 너무 많이 일하는 것,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 속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 땀 흘리는 육체적 노동과 운동을 멀리하는 것 등등을 크게 꾸짖을 것 같다.
현대의 각종 중독 및 질병은 인공적인 파동을 지속적으로 발산하는 전자미디어와 기계, 지속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이 우리의 생활을 압도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면에 하나님과 자연과,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연결하는 끈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해석일까.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과도한 복지 부담이 오늘날 선진국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는데, 그 과도한 복지 부담은 주로 엄청난 의료보험비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비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곧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안은 의료비를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건전한 생활을 회복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현대 인간의 구원은 반인간적, 반자연적 생활패턴을 바꾸고 나아가 유해 환경을 만들어내는 편의적인 물질문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데서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우리에게 신앙생활은 이제 절박한 것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상용(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