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이 미쳤다고 합니다. 웬만한 중산층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등록금이 올랐습니다. 서울 시장마저 자녀의 등록금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 마련은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비 부담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면서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특단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부모와 대학생들이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부유하면 등록금이 수천만 원이라도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일부 직장인들은 회사로부터 자녀들의 학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학비 걱정이 없는 학생들은 수업 이외의 시간을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온전히 투자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찾아 거리로 나설 때, 부유한 학생들은 도서관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원리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경쟁에서 진 사람이 선뜻 수긍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가 등록금 문제 해결에 고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학 당국도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와도 취직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극히 제한돼 있고,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직장에 들어가도 퇴출 공포 속에 끊임없이 노동력을 쏟아야 합니다. 세상의 관점에서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수의 강자와 승자가 모든 영광과 혜택을 독점하고 대부분의 패자와 약자는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자, 불안한 사회입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결과를 존중하되, 패자에 대한 배려가 살아있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성경은 부유한 사람들의 배려 속에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사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경고하지만, 과부와 고아, 나그네 등을 잘 돌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자본주의와 복지사회의 정신적 원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 정신적 뿌리를 두고 있는 서구의 선진국들이 복지사회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근거입니다. 사업에 성공한 선진국의 갑부들이 아낌없이 재산을 기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출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 남들보다 많이 가졌다는 것, 남들보다 성공했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축하할 일이고 자축할 일입니다. 하나님은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을 원하십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배려와 헌신의 의무입니다. 크리스천들이 그러한 의무에 충실할 때, 하나님 나라는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입니다.

              나신하(KBS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