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배 때마다 꽃길을 걷는다. 서양 측백 사이로 색색의 제라늄이 황홀하다. 빨강, 분홍, 연분홍, 하양, 주황 등 제라늄 색깔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새벽예배가 오전 6시니 요즘 그 시간이면 환하게 갠다. 꽃길을 걷고 싶어 더 빨리 교차로를 건넌다.

 이 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악취가 풍기는 길이었다. 도로를 끼고 듬성듬성 서 있는데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에 기다란 화단이 방치돼 있었다. 수년 동안 밤새 누군가 갖다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런데 그 화단이 진짜 화단으로 변해 예쁜 꽃들이 가득 심겨진 것은 개척교회 덕분이다.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교회는 뜨겁게 부흥하는 교회였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여서 그 교회로 새벽예배를 나가는데 찬양과 말씀의 은혜와 함께 겸손히 섬기는 교회이미지가 강렬하게 어필하곤 했다.

 하루는 기도를 끝내고 지하성전에서 나오는데 앞의 길이 소란했다. 새벽예배 때마다 만나는 젊은 교역자들이 손수 삽을 들고 쓰레기를 치우고 화단을 갈아엎는게 보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다음날 갔더니 그 악취 나는 곳이 예쁜 꽃밭으로 변해 있는 게 아닌가! 덕분에 그 길을 오갈 때마다 행복해졌다. 꽃길을 오가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행복할 것이리라.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밤새 소주병과 캔 껍질이며 담배꽁초를 서슴지 않고 꽃밭과 그 앞길에 버리는 것이다. 침까지 뱉어놓는 사람도 있다. 나도 화가 나는데 애써 꽃길을 만든 교역자들은 얼마나 속이 상할까?

 그런데 새벽기도를 끝내고 나오면 꽃밭도 지저분한 길도 말끔해져 있곤 했다. 누굴까? 누가 이른 시간에 거리를 쓸까? 청소부 아저씨는 아닐 텐데.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새벽 찬양을 돕던 여자 집사님이 빗자루로 싹싹 쓰레기를 쓸어내는 모습을 보게 됐다.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변화할 것이란 믿음을 가지게 됐다. 꽃길을 더럽히는 사람도 언젠가는 꽃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반드시 들 거라는.

 삶이 곧 예배가 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다만 머리의 신앙이 가슴으로 내려오지 않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실천하는 동안 변화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꽃길을 만들고 꽃길을 지켜가는 아름다움이 팍팍한 사람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줄 그날을 기대한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