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키워드를 하나 골라보라고 하면 단연 ‘에코’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에코는 말 그대로 자연주의, 친환경주의를 뜻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첨단 산업이 고도화 될수록, 그리고 그로 인해 편리함을 누리면 누릴수록 인간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워하니 말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에코 트렌드는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에코 패션’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느리고, 부드럽게!”를 외치며 친환경 원단과 공법으로 옷을 만듭니다. 한 예로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옷감을 재단하지 않고 접기 방식으로 만든 옷을 선보여 화제가 됐습니다. 그녀의 지론에 의하면 의상 디자인 시 버려지는 옷감도 공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허투루 낭비되는 원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단 패션 업계에서만이 아닙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푸드 마일리지’가 쟁점에 있습니다. 푸드 마일리지란 식재료가 생산, 운송, 소비되는 과정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양으로 표시한 것으로 비록 수입 식품이 저렴하더라도 국내 식품을, 국내 식품 중에서도 제철 음식과 로컬 푸드를 골라야 한다며 올바른 소비를 이야기합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에코는 빠질 수 없습니다. 서울은 물론 경기도 등지에서 20, 30평대의 소형 단독주택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명 ‘강소주택’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큰 집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작은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입니다.

 봄의 절정인 5월의 어느 날, 국내에 저명한 목사님의 말씀을 언제든 골라 들을 수 있는 최신 앱을 깔아 놓은 스마트폰도, 알토란 같은 예화가 담겨져 있는 큐티책도 모두 내려놓고 집을 나섰습니다. 잠시 길을 헤매고 다녀볼 요량으로 말입니다. 단내 나는 5월의 바람이 ‘훅’ 하고 지나가는 순간,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노상에 고목나무처럼 바싹 마른 손으로 한 움큼의 봄나물을 다듬는 노파에게서 하나님의 탁월한 감각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이제 보니 5월은 바라보는 것 자체가 모두 성경책이고, 하나님이었네요. 모든 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5월은 정말 찬란합니다. 하나님은 이 날을 만들고 우리 인간에게 그 풍정을 보일 생각에 얼마나 가슴 설레셨을까요. 아쉽게도 5월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저는 더더욱 마지막까지 하나님과 오롯이 5월을 즐겨볼 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빈 몸으로, 빈 손으로 그저 길을 나섭니다. “하나님, 지금 저는 신앙도 에코 중입니다!” 나지막하게 속삭이면서 말입니다.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