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마음 ‘공감’하고 상황 ‘조율’해야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얼마 전 신문에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아버지학교가 미국에서도 큰 호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가 소개됐다.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는 교회에서 만든 가정지원 프로그램이지만 그 이름 때문에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한 기대 때문에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프로그램에서 은혜를 받고 교회에 출석하게 된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는 단지 자녀에 대한 교육에만 열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의 역할에도 관심이 높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과 자녀를 잘 키우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자녀에 대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열심을 보였던 부모들은 자녀가 10대가 되면서 생각지도 않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들은 부모의 뜻에 자신의 삶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의견대로 행동하기 원하고 부모가 제시하는 규칙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규칙에 따라 움직이길 바란다. 아직 미성숙한 자녀가 자신의 방법을 찾으려 하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는 부모는 계속해서 개입하려 하고 자녀는 그런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려 는 가운데 10대 자녀는 점차 부모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계획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고 심지어 거짓말을 둘러대는 일도 생기게 된다.
 청소년을 둔 부모님이 상담문의를 하는 내용 가운데 의외로 자녀와의 의사소통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머니에게는 전혀 말을 하려 하지 않아 상담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그 가족 안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한 어머니는 자녀가 공부도 잘 하고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잘 자라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거짓말을 하고 친구랑 놀러 나가곤 한다고 걱정을 하며 자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물어 오셨다. 그 어머니는 10대 자녀가 친구와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당장 집으로 데려와 왜 거짓말하고 놀러 나갔냐고 다그쳤다고 한다. 자녀는 자신이 사실대로 얘기해도 어머니는 안된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따졌다고 한다. 그 후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어찌해야 자녀에게 도움이 될지 몰라 상담소를 찾게 됐다.
 어찌 보면 그 가정의 자녀는 상황을 잘 이해했고 정확한 언어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거짓말을 하고 친구와 놀고 있던 자녀를 발견하고 가장 좋은 편으로 대처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녀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했고 자녀의 욕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욕구 해소하도록 지도하지 못했다. 결국 자녀는 부모와 소통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고 부모의 개입에 저항을 보이게 됐다.
 나와 다른 타인과 관계를 하는 데 공감과 조율이라는 두 가지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의 입장이나 감정을 알고 그의 상태에 자신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은 마치 동떨어진 두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10대 부모는 자녀의 마음과 그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상황을 조율해 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10대 청소년의 특성이 기성세대에 대해 저항을 보인다는 식의 이론은 잘못된 선입관일 수 있다. 오히려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이해해 주고 그들의 내면의 방황을 지도해 줄 마음이 통하는 성인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해받는 기쁨과 자신의 욕구를 유익한 방법으로 해소시켜주는 성인의 도움을 통해 10대는 미숙에서 성숙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부모의 언어는 자녀의 자아 존중감이 자라도록 제공하는 양분과 같고 부모의 태도는 자녀의 자아 존중감이 어디로 뻗어갈지 방향을 제시하는 햇빛과 같다. 미성숙한 자녀의 다듬어지지 않은 욕구와 감정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성숙한 방법으로 반응하기 시작할 때 자녀는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성숙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10대 청소년들의 대화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족 또는 청소년 집단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활용한다면 유익할 것이다.

 1. 이야기 만들기 - 활동재료: 종이, 연필, 지우개

① 종이와 연필을 나누어 갖도록 한다.
② 각 사람이 종이를 나누어 가지면 리더는 주제어를 세 단어 제공하도록 한다. 주제어는 ‘엄마’ ‘부엌’ ‘선물’ 등과 같이 우리 일상에서의 삶을 자극하는 단어여야 한다.
③ 주제어가 제시되면 리더가 주제어를 모두 사용하여 문장을 만들어 읽어준다. 다른 집단원들은 리더가 만든 문장을 적는다.  
④ 리더는 다음에 이야기를 이어갈 사람을 지명하고 그 사람도 즉흥적으로 리더의 문장에 이어 다음 문장을 만든다. 역시 주제어 모두를 활용하도록 한다.
⑤ 두 번째 사람이 문장을 모두 만들면 사람들에게 읽어주고 다른 집단원도 받아 적는다. 역시 다음 문장을 만들 사람을 지명하는 식으로 문장 만들기를 이어간다.
⑥ 그룹원이 모두 한 번씩 참여해서 문장 이어가기를 했는데 이야기가 미흡한 것 같으면 리더는 팀원들이 문장 만들기를 한 번 더 이어갈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으며 이때에는 주제어 세가지 중 두가지만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규정을 완화해 문장이 더욱 다양해 질 수 있도록 돕는다.

 2. 그림책 만들기 - 활동재료: 도화지, 색연필

① 도화지와 색연필을 나누어 갖도록 한다.
② 각 사람이 재료를 나누어 가지면 리더는 색연필을 이용해 빠르게 무언가를 그린다.
③ 리더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집단원에게 보여주고 자신의 그림을 이어그릴 사람을 선정한다. 단, 리더는 자신이 그린 그림의 내용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④ 두 번째 사람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앞의 그림의 다음 장면에 해당하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다른 집단원에게 보여주고 이어 그릴 멤버를 선정해 준다.
⑤ 참여한 사람이 모두 그림을 한번씩 그리고 나면 리더는 그림을 그린 순서대로 배열하고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한다.
⑥ 각 사람이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통해 서로의 인식과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각자가 그린 그림의 순서를 바꿔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유익하다.
(김수정 심리발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