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성탄절 전날, 줄리안 쾨프케와 90명의 승객을 태운 록히드 엘렉트라 비행기는 페루의 수도 리마를 이륙한지 10분만에 추락했다. 당시 17세였던 줄리안은 폭발한 비행기에서 페루의 정글로 떨어졌는데 입은 부상이라곤 베인 상처 몇 군데와 쇄골골절뿐이었다.

 사고 당시 ‘둔탁한 충돌의 충격’을 느꼈던 줄리안은 “아래에 보이는 정글의 나무들이 콜리플라워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회상했다.

 비행기가 공중 분해될 때 줄리안 외에도 십여 명의 승객이 살아남았는데, 그들의 태도와 그에 따른 그들의 운명은 줄리안의 경우와는 사뭇 달랐다.

 줄리안이 정글 바닥에서 혼자 깨어났을 때 그녀는 그때까지도 안전띠에 묶여 있었다. 그날밤 의자로 비를 피하며 보냈다. 다음날 헬기와 비행기 소리를 듣긴 했지만, 무성한 나무로 이루어진 정글의 덮개를 뚫고 그들이 자신을 발견할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스스로 그곳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그녀는 운명을 한탄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줄리안의 부모는 정글에서 일하는 학자였기 때문에 그녀는 정글이라는 환경에 익숙했다. 언젠가 아버지가 들려준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물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최소한 그녀에게는 자신이 만든 계획이 생겼다. 하나의 과업이 주어진 것이다.

 한편 추락에서 살아남은 다른 사람들은 구조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이 역시 반드시 나쁜 생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안위를 책임져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줄리안은 11일 동안 무성한 밀림을 헤치고 걸었고, 이윽고 따라 내려온 강가의 둑에서 오두막 한 채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곳으로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가 쓰러졌다.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언제나 수많은 우연과 행운과 악운이 따른다. 다음날 사냥꾼 세 명이 오두막에 왔다가 그녀를 병원에 데려간 것은 줄리안의 행운이었다. 루이 파스퇴르의 말처럼 ‘운은 준비된 사람의 편’이다. 이 강인하고 명석한 십대 소녀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그 11일 동안 다른 생존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죽어갔다. 그들을 그곳에 있게 한 힘은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풀기 힘든 생존의 수수께끼는 아무런 장비나 준비도 없었던 17세의 소녀는 살아서 빠져나왔는데, 왜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더 뛰어난 탈출 능력을 갖춘 십여 명의 성인들이 살아남지 못했는가하는 점이다.

 불을 피우고 피난처를 만들고 음식을 구하고 신호를 보내고 방향을 잡아내는 것. 이 모든 것은 줄리안이 살아남는 과정에서 별 의미가 없었다.

 추락 후 살아남았던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알 도리는 없지만, 그들이 그 자리를 떠나지 말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있다. 그들은 규칙을 따르는 사람들이었고 그 점이 그들을 죽게 한 것이다.

 스스로 판단을 내린 줄리안이 특별히 용감했던 거라고는 할 수 없다. 생존은 용기나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다. 생존자들은 겁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공포를 분노와 집중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줄리안을 살린 것은 내면의 힘, 믿음이었다. 분명히 그녀에게는 물리적인 어떤 장비도 없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로렌스 곤잘레스는 그의 책 ‘생존’에서 줄리안처럼 자신의 신념을 믿고 끝까지 투지를 갖고 행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한다. 벌써 금년도 절반이나 지나간다. 믿음의 정체성을 굳게 해야할 시점이다. 초지일관의 믿음으로 승리하기를 기도한다.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