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혹시 부부관계가 소원해지셨습니까? “자주 못찾아뵈서 죄송합니다”는 멘트를 입에 달고 살면서 한달 이상 안부전화 없는 자녀를 두고 계십니까? 딱히 갈곳 없고 같이 점심 먹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당신에게 한 편의 영화를 권합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교회 부흥성회 때 열정적으로 설교하시던 목사님들이 떠오릅니다. 고개를 빼꼼 쳐들어야 보였던 강대상에서 열변을 토하는 목사님의 모습은 경이로움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저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지 그 비법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알아낸 놀라운 비밀은, 설교 초반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마음문을 열게 한다음 후반부에 코끝을 시큰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오늘 살펴보고자 하는 영화 또한 그런 기본기에 충실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두가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어두운 상영관안에서 빠진 배꼽을 찾을 때 쓸 손전등과 감동적인 눈물을 옆사람 눈치 못 채게 닦을 커피 전문점에서 받아온 티슈입니다.

 초반에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두 주인공 김만석(이순재)과 송이쁜(윤소정)은 관객들을 끌어당깁니다. 갖은 욕을 자연스럽게 하는 다혈질의 소유자 김만석은 괴팍한 인물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할아버지입니다. 반면 커플룩을 입어도 어울릴 것 같은 송이쁜은 마음씨 예쁜 할머니입니다.

 노사연의 노래처럼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처럼 다가옵니다. 폭주족보다 오토바이를 더 잘타는 우유배달의 달인 김만석에게 경사진 골목을 내려오는 송이쁜의 리어커는 위태로워보입니다.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필요한건 관심입니다. 김만석은 송이쁜에게 관심을 보이고 배려를 베풉니다. 그리고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글을 모르는 송이쁜 할머니는 김만석에게 받은 데이트 신청 러브레터를 이웃 노인 장군봉(송재호)에게 낭독을 부탁하는데, 이를 재빠르게 알아챈 김만석이 두 번째 러브레터는 그림으로 그려 보내면서 관객을 배꼽잡게 합니다. 저도 이쯤에서 도망간 제 배꼽을 찾느라 시간 좀 걸렸습니다.

 김만석과 송이쁜의 만남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을 발견할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사랑의 손짓을 하십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심으로 증명하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었기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의 오르막 내리막 가운데 고통받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으셨던 겁니다. 먼저 손내미신 분이 하나님입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먹고 제 잘난맛에 사는 우리들 아니었습니까. 내쫓으시면서도 굳이 가죽옷을 해입히시던 마음 여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예수님은 세상 그 어느것보다도 값진 선물이요 사랑입니다.

 한때 ‘야동순재’로 불리기도 했던 이순재는 개그코드를 곳곳에서 선보입니다. 연기의 달인 김수미 또한 이순재의 오토바이를 타고 ‘오빠 달려’하다가 똥을 쌀 뻔한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쓰나미급 웃음을 줍니다. 이런 장면들에서 터진 웃음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로 바뀝니다. 극장 여기저기서 훌쩍 거리는 소리를 나게 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눈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역할을 장군봉(송재호)과 김수미가 담당합니다. 아픈 경험의 소유자 송만석 송이쁜 커플과는 달리 송재호 부부는 잉꼬부부입니다. 세 자녀를 성공적으로 출가시키고 주차요원으로 살아가는 송재호는 남편의 표상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아침 출근할때마다 대문을 자물쇠로 채우고 나와야 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안방 벽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치매 김수미를 송재호는 극진히 돌봅니다. 자식들 때문에 오랜세월 고생을 같이 한 배우자에 대한 예의일까요. 장군봉의 애틋함은 극장안의 남편들을 쉴새없이 울립니다.

 성공적으로 보였던 분가한 자녀들은 노부모를 자주 찾아오지 않습니다. 하나뿐인 딸은 돈이 필요할 때만 아버지 송재호를 찾아오고요. 우리의 모습도 이 딸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내가 필요할 때만 하나님을 찾는 불효자입니다. 등 따숩고 배 부를 땐 하나님을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내 몸 아프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고 고통과 어려움이 닥쳐와야만 갈급해지는게 우리들 처세술 아니었나요.

 송재호와 김수미가 고생해서 키워낸 자녀들 모습에서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무 죄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위해 대신 못박히시고 죽으셨는데 우린 종종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두 커플의 마지막은 양갈래길입니다. 장군봉 부부는 자살을 합니다. 연탄을 방안에 피워놓고 다량의 약을 아내에게 먹이고 같이 이불을 덮는 남편의 모습이 관객들을 가슴 아프게 합니다. 사람은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결정을 합니다. 영화속에서 이 부부는 자녀들을 위해 살던 집을 내어놓고 생을 마감합니다. 자살이 해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얻을 교훈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 또한 그러했다는 것입니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슬프게 끝난 이들과는 달리 김만석 송이쁜 커플은 해피엔딩으로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만석과의 사랑에 행복해진 송이쁜 할머니는 자신을 희생해야 되는 절묘한 타이밍을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이별을 고하고 강원도 산골 고향으로 떠납니다. 그런데 그곳까지 부릉부릉 오토바이를 타고오는 김만석의 사랑. 관객들은 초반부의 깔깔거리던 웃음보다 더 강력한 따뜻함을 맛보게 됩니다. “나 죽을 때 웃는 얼굴로 갈께”라고 고백하는 김만석이 그 약속을 지키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혼자 살 수는 없습니다. 부딪히고 아파하면서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 힘들어 지는 것이 소통의 문제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찾아오신 소통의 달인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십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는 내 사랑하는 딸이다” 그 한마디 붙들고 아무리 힘들더라도 살아볼만한 이 세상 아닐까요? 그 해답은 이 영화 끝부분에 있습니다. 
 사랑은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