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피조물로서 위치를 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에게 큰 폐를 끼치지 않고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으므로 하나님이 나를 잘 헤아려서 보상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나님께 ‘저는 일생 동안 선한 일을 적잖이 하였으므로 당연히 복을 주셔야 합니다’라는 ‘조건’을 달았던 점은 참으로 방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왔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인데도 이에 대해 특별한 은혜를 바라고 있었음을 알고 뒤늦게 뉘우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이 들수록 자연스레 이타적이 되지는 못할망정 젊은이처럼 터무니없는 자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의 지식과 경험, 지혜를 뽐내고 은근히 세속적 욕심을 품고 있었음을 알고 부끄러웠다. ‘아! 이 얼마나 뻔뻔하고 어리석은 착각인가’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자숙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이전까지는 그 정도만 알았다. 이즈음 들어 내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을 이루어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저 열심히 노력할 뿐이며, 열심히 노력한 대가를 하나님에게 바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이치로 보더라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기여할 수 있는 거라곤 열심히 하여 땀을 흘리는 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의 위대한 발견을 반추해 보면 발견의 결정적인 전환은 벼락처럼 찾아오는 ‘영감’에서 비롯됐다. 그 ‘영감’이란 바로 하나님이 선물로 준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는 피조물임을 깨닫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다. 피조물임을 망각한 인간은 조금만 성공하면 오만해지고 하나님이 정한 시간까지 참지 못하고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그러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맞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든가, 심지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피조물로서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다.

 개인을 떠나 국가와 민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을 경외한 국가나 민족은 흥하였으나, 흥하고 난 뒤엔 하나님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교만해지면 필연적으로 멸망의 길을 걸어갔다. 하물며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는 국가와 민족은 그들이 열심히 노력한 발전과 번영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허무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 관습은 더욱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발전과 번영은 모순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과 같다. 인간의 합리주의에 기초한 그 수많은 정책과 통계, 대안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오늘날 생생히 매일매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불완전함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하나님의 진리를 바라보며 항상 반성하고 교정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이 적당한 시점에 우리들의 겸손과 노력을 가상히 여겨 은혜를 베풀어주실지도 모른다.

    이상용(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