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요 21:4∼6)”

 제자들은 밤새도록 고기를 잡았습니다. 수없이 그물을 내리고 다시 끌어당기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고기는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물을 한 번 끌어올릴 때마다 그들은 점점 더 탈진해 가고 빈 그물을 보면서 절망해 갔습니다. 이 절망적인 상황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때와 똑같았습니다(눅 5:1∼11). 예수님께서는 3년반 전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셨습니다. 그때도 절망가운데 있는 베드로에게 찾아오셨던 예수님께서 지금 절망가운데 있는 제자들을 만나러 홀연히 바닷가에 나타나신 것입니다. 인간의 절망은 하나님을 만나는 접촉점이 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자신들의 처지와 환경에만 신경이 쓰여서 자신들을 찾아오신 예수님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잡힌 고기가 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실패하거나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찾아오셔서 말씀으로 깨우쳐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답을 알고 계신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달아 알게 하십니다. 이에 대한 실례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숨어 있을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찾아오셔서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질문하셨던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창 3:9).
 예수님께서 갈릴리 해변에서 제자들에게 던지신 질문은 “너희는 내가 부탁한 바 잃어버린 영혼들을 낚고 있느냐? 내가 섬기라고 한 사람들을 버려두고 바다 한가운데서 밤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너희 뜻대로 잘 되어 가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에게 질문하시는 분이 예수님인줄 모르는 제자들은 “없나이다”하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일찍이 예수님께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15:5)고 말씀하셨듯이, 예수님을 떠난 제자들의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이에 제자들이 그 명령을 따랐더니 그물을 들어올리지 못할 만큼 큰 고기가 잡혔습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 가져온 기적이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할 때에는 밤새도록 노력해도 안되던 것이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했더니 단번에 풍성한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놀라운 아이디어를 주십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를 실천해서 이루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아이디어를 얻으면 믿음과 순종으로 이를 행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