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도 고칠수 있나요
아픈 기억은 우리 삶속 걸림돌, 주님 믿고 의지해야
친구되시는 예수님 바라보고 고백할 때 형통 임해

 여자는 관계지향적 대화에 강하고, 남자는 사실지향적 대화에 강합니다. 예를 들면 아내가 “여보, 운전 좀 천천히 하면 안돼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남편은 “80㎞/h 가 빠르나?”하고 되묻습니다. 여자는 감성(불안)을 말하는데, 남성은 팩트(사실)로 받아칩니다. 이럴 때 대화는 단절되고 남자가 여자보다 자기중심적이라고 오해를 받게 됩니다. 때로는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자기중심적이 되기도 하는게 남자입니다.

 여기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남자가 있습니다. 직업은 물려받은 천직 ‘왕’이고 주민등록상 현주소는 누구나 부러워 할 왕궁입니다.  ‘스케치북 프러포즈’으로 패러디되는 ‘러브액츄얼리’,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준 ‘브리짓존스의 일기’ 에서 깊은 인상을 준 콜린 퍼스, 이번엔 말더듬이 왕으로 등장합니다.

 또 한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말더듬는 왕을 치료하겠다고 나선 언어치료사 제프리 러쉬가 그입니다. 호주 출신 무허가 언어치료사로서 실제로도 호주 출신 배우이면서 ‘캐리비안의 해적’에 출연했습니다. 두 남자의 자기중심적 팩트 전달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극명하고 사실지향적인 남성적 대화를 통해서 희한하게도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혹시 소통의 달인을 원하는 교역자나 제직이 있다면 이 영화에 집중해도 좋겠습니다. 올해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나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1925년, 대영제국이라 불릴만큼 강성했던 영국입니다. 혈통을 가장 중시하던 왕가에서 둘째 왕자였던 요크 공작은 말더듬으로 늘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내는 물론 자녀들과의 대화에서도 심한 말더듬을 보입니다. 더군다나 대중적인 연설을 많이 해야 하는 그로서는 말더듬을 고치지 않고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왕의 아내로 나오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팀 버튼 감독의 아내라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아실겁니다. ‘해리포터’나 ‘빅 피쉬’등에서 악녀 역할로 알려진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는 주연같은 조연 연기를 펼칩니다. 말더듬을 치료받기 위해 구슬을 한껏 입안에 가득 채운 남편옆에서 “이 방법이 정말 치료효과가 있는 겁니까”라고 의사에게 묻는 그녀의 안스러움은 관계를 중시하는 여자들의 말하기 방법입니다. 물론 실패 후 다시는 이런 치료 안받겠다며 어리광 부리는 왕에게 토닥토닥 하는 것도 아내 엘리자베스 몫이었습니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는 왕으로서의 그를 만들기 위해 호주에서 온 언어치료사 로그를 찾아가게 됩니다. 로그와의 대화에서 아내는 자신의 신분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병고침을 위해 모든걸 내어 맡깁니다. 로그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집하며 치료를 확신합니다. 우리의 전도도 그렇치 않나요? 구원의 확신이 있는 우리로서는 끈질기게 강권하며 전도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당연한 일인데 안믿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고집스럽고 유난스러운 기독교인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이 그렇게 본다고 해서 우리의 ‘확신’이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언어치료사 로그가 말더듬이 왕을 두려워하고 체면차렸다면 실화인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왕인 버티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합니다. 로그에게 두 손들고 나갈때도 아내 엘리자베스가 동행합니다. 티격태격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버티와 로그의 대화사이에 기름칠 하는 것도 엘리자베스의 탁월한 역할입니다.

 로그는 소통을 위해 왕을 친구처럼 대합니다. 물론 말더듬이 왕은 경색합니다. 당황해하며 때로는 무례한 로그에게 고함치기도 합니다. 우리의 예수믿는 과정도 이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그러나 조지6세 왕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예수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거절합니다. 내 삶에 끼어드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우리 인생에 적극적으로 끼어드십니다. 고집스럽게 관계하십니다. 그 사랑에 감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님이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셨으니까요. 로그가 왕의 애칭 ‘버티’를 불렀듯이 말입니다.
 로그는 왕 버티의 어린시절을 건드립니다. 기억을 더듬어 어린시절 유모에게 따돌려지고 형에게 놀림받던 아픈 시간들을 되돌려 냅니다. 상처의 원인을 찾아낸거죠.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결과는 원인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이 일주일이면 갈 수 있는 가나안 땅을 40년이라는 세월동안 돌고 돌았던 것은 불순종이라는 원인이 있었습니다. 모세와 함께 한 세대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것도 부정적인 열명의 정탐꾼 때문이라는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크리스천들은 신명기 28장을 읽고 ‘순종하여 받는 복’에 대해 반드시 묵상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더듬 치료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때마침 독일 히틀러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조지6세의 대국민 연설이 반드시 필요한 때였고, 왕의 연설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악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히틀러의 선동적 연설보다 자신을 이겨낸 부드럽고 강인한 조지6세의 연설이 한판승한 셈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우리가 어떠한 고통과 어려움가운데 있을 지라도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로그와 버티는 평생 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마지막 자막처럼 말입니다. 이 영화는 별 다섯 개 만점짜리 영화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안락한 소파에 누워 보면 더욱 좋은 영화입니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