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하루 일정량 이상의 접촉 필요 
긴장감 해소하고 스트레스 조절 할 수 있어 

 터치(Touch)라는 영어 단어를 한국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하자면 ‘감촉’이나 ‘접촉’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에서의 터치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의 접촉 이외에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만지는 것과 눈빛을 교환하는 것, 목소리를 듣는 것과 안부를 전하는 것 모두가 터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보며 마음에 감동을 받는 것도 터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를 터치한다.
 만약 우리가 서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터치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 터치와 관련된 책을 보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고 한다. 독일의 프레드릭 2세 왕은 영아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아기에게 어떠한 말도 들려주지 않는다면 과연 그 아이는 말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왕은 10명의 신생아에게 어떠한 말도 들려주지 않고 아이를 양육할 것을 명령했다. 그 연구의 결과는 너무 놀랍고 끔찍했다. 그 아기들은 말을 시작하는 연령이 되기 전 모두 죽었다고 한다. 한편 미국의 한 동물학자는 희귀 두더지를 관찰하던 중 두더지가 벼룩으로 인해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리고 두더지를 돕기 위해 두더지 몸에 있는 모든 벼룩을 제거해 주었고 얼마 가지 않아 두더지도 죽게 되었다고 한다. 프레드릭 왕의 실험과 두더지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접촉의 부족은 젖을 먹이는 생명체에게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프레드릭 왕의 실험에 참여했던 아기들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죽음에 이른 것은 단지 사람의 음성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말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접촉과 돌봄의 경험도 함께 제한된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두더지가 벼룩의 제거 이후 죽음에 이른 것도 자신의 몸에 기어 다니는 벼룩을 통해 제공받아왔던 접촉 경험이 없어진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하루 일정량 이상의 접촉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수를 하며 밥을 먹으며 옷을 입고 벗고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일상 가운데 수많은 접촉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내가 접촉을 전혀 받지 않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접촉의 부족은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고, 생명유지를 위해 매우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접촉에는 필요해서 접촉하고 좋아해서 접촉하는 등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접촉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했을 때 불편감을 풀기 위한 욕구 해소 유형의 접촉도 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머리나 몸을 긁거나 목욕을 하는 등 접촉의 양을 늘려서 정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이렇듯 접촉은 실제로 매우 효과적이고 손쉬운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될 수 있다.
 청소년기는 학업과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만남의 기회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시기이므로 특별히 스트레스 조절과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놀이들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접촉활동이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손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접촉해 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 인간매듭풀기

① 4∼5명의 같은 또래 청소년들이 집단을 이루어 둘러앉도록 한다.
② 가위 바위 보를 하듯 양 손을 모두 원 안에 모으도록 한다.
③ 리더가 ‘시작’ 신호를 보내면 바로 옆 사람의 손(왼쪽 사람의 오른손과 오른쪽 사람의 왼손)을 제외한 나머지 손 가운데 하나씩을 양손에 잡도록 한다.
④ 한 손을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잡았을 때에는 모두 놓게 한 후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다른 손을 찾아 잡도록 하여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손을 잡지 않도록 조절해 준다.
⑤ 그림과 같이 손을 잡고 나면 집단이 협동하여 매듭을 풀어 나간다.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자리를 바꾸고 몸을 돌려 가며 매듭을 풀어 본다.
⑥ 매듭을 모두 풀고 나면 서로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이제는 다시 바뀐 자리에서 매듭 만들기를 하고 풀어 보도록 한다.

 
2. 림보활동

① 두 사람이 팔을 잡아 선을 만들어 주면 다른 한 사람은 선에 닿지 않고 선 밑을 통과해 보는 활동이다.
② 보통의 림보 활동과 다르게 허리를 굽히는 것은 허용된다. 단, 손과 무릎 그리고 엉덩이가 바닥에 닿아서는 안된다.
③ 모두 선을 통과하고 나면 술래를 바꾸어 다른 사람이 선을 만들어 주도록 하고 술래를 했던 친구도 선 통과하기를 해 보도록 한다.
④ 모두 동일한 높이의 선을 통과해 보고 나면 이제 선 높이를 5센티미터 정도 낮추어 다시 선 통과하기를 해 보도록 한다.
⑤ 계속해서 선 높이를 낮춰가는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까지 남아있는 한사람이 챔피언이 되는 활동이다.
⑥ 응용활동으로 단체 림보활동을 해 볼 수도 있다. 이것은 2∼3사람을 한 팀으로 묶어서 손을 잡고 일렬로 서게 한 후 손을 놓지 않고 선 밑을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손을 놓치거나 바닥에 손이나 무릎 또는 엉덩이가 닿으면 아웃이 된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림보활동 시에는 팔을 잡아 선을 만들어 주는 대신 리본 끈을 활용할 수도 있다.

 3. 로션 전달하기

재료: 물티슈, 바디로션

① 4∼5사람이 둘러앉으면 리더는 물티슈를 나누어 주고 서로의 손을 닦아 주도록 한다.
② 손을 모두 닦고 나면 리더는 자신의 손 위에 팀원 모두가 손에 바를 수 있는 양 만큼의 로션을 덜어 둔다.
③ 리더는 자신이 손에 바를 로션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바로 옆의 팀원 손 위에 전달해  준다. 
④ 로션을 전달받은 팀원 역시 자신이 손에 바를 로션을 제외한 나머지를 옆의 사람에게 전달하도록 한다.
⑤ 이렇게 모두 손바닥에 자신이 바를 만큼의 로션을 덜어 내고 나면 양손 바닥에 로션을 고루 발라서 양옆의 사람과 서로 손을 잡도록 한다.
⑥ 미끌미끌한 손을 잡고 서로 잡아당기기를 해 보도록 한다. 가장 빨리 손을 놓친 사람과 가장 늦게까지 미끄러운 손을 잡고 놓치지 않았던 사람을 찾아보는 활동이다. 활동이 끝나면 남은 로션을 손에 발라주고 활동을 마무리하도록 한다.
글 김수정(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장) / 그림 염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