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에 누가 새치기를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평소 온유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좀 달랐다. 그는 새치기하는 사람을 위해 속도까지 줄여주며 말했다. “아마 부인이 위급한 가 봐요”

 탁! 무릎이 쳐지고 미소가 피어났다. 그렇게 돌려 생각하는 지혜가 돋보였다.

 부정적인 상황에 부딪쳤을 때 마음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지켜내는 것은 인품의 향기일 것이다. 그런 여유를 가진 사람은 모든 일에 관용의 덕을 베풀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이 가장이거나 직장의 오너라면 그 가정과 직장의 구성원은 얼마나 편안할까?

 시골의 커다란 나무 밑은 으레 평상이 놓여있다. 그늘이 크고 좋아 마을의 어르신들이 모이는 사랑방이다. 만나면 자식들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가 실꾸리처럼 풀려난다. 나무는 따가운 볕에 그늘을 지우며 묵묵히 서서 듣기만 한다. 정말 고마운 나무다. 나무가 이만큼 자라 누군가에게 그늘로 섬기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나무를 키운 건 자연이지만 사람의 성숙함과 배려는 겸손한 삶의 자세에서 우러나는 향기와 같은 것이다. 요즘 사회를 보면 남의 잘못에 참 민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작가 쥘 르나르는 “타인의 결점을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에게도 그런 결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결점이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겸손해진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혹시 작은 일에도 흥분하고 분노하지는 않는가?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나 분노를 많이 가진 사람들은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듀크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화, 우울증을 갖는 것은 각종 암과 심장병 발병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여유를 가진 사람은 즐거운 대인관계를 만든다. 그런 사람이 많은 공동체는 행복하다.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을 쉬게 하는 것처럼 인품이 넉넉한 사람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평안을 준다.

 지금 이 시간에도 거리엔 수많은 차들이 늘어서 있다. 교통체증이 심한 터라 차는 거북이 걸음인데 얌체 같은 새치기는 화를 돋우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순전히 자기 몫이다. 사실 새치기 한다고 별로 빨리 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이 바쁜 것이다. 새치기 따위로 인격을 낭비하지 말고 혹 새치기를 당한다면 마음에 여유를 가져 보자. 그것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니까.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