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기로, 크리스천들이 영화를 볼 때는 기독교세계관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합니다. 기독교세계관은 믿는 이들의 신앙고백에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며,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십자가 위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다는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기독교세계관입니다. 주일성수 열심히 하고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영화의 제목은 ‘127시간’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영화들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의 또다른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엔지니어의 직업을 가진 주인공 아론 랠스톤(Aron Ralston)이 협곡사이에 갖혀 구조되기까지의 127시간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실화는 극적일 때 허구인 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줍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솔직히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주인공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모노드라마라고 보면 되고, 화려한 액션 대신 초반부의 카메라 워크에서의 영상미 정도, 또 한국드라마의 극적인 요소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너무 밋밋한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강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과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자연 앞에 겸손해진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사고는 축복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고난을 통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임을 깨달은 한 남자의 이야기.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지는 감동스토리 ‘127시간’입니다.
 주인공 아론은 엔지니어이지만 주말이면 협곡을 찾아 떠나는 모험가이기도 합니다. 변함없이 아론은 차에서 하룻밤을 보낸뒤 산악자전거를 타고 협곡여행을 시작합니다. 가이드보다도 더 지리에 능통한 그는 협곡에서는 거칠 것 없이 자신만만합니다.
 아론은 영화 시작 5분만에 타고가던 MTB(산악자전거)에서 굴러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는 여유를 잃지 않고 카메라를 꺼내 자신의 쓰러진 모습을 찍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습니다만 두 여자 여행객, 크리스틴과 매건을 만나면서 그의 자신감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지루해지던 두 여자에게 아론은 바위다이빙을 통해 미처 몰랐던 쾌감을 선사합니다.
 다시 혼자가 된 아론에게 닥쳐온 고난은 협곡사이로 떨어져 바위틈에 오른팔이 옴싹달싹 못하게 낀 상황입니다. 칼로 바위를 깎아보고, 밧줄로 땡겨보기도 하지만 그의 힘으로는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아론은 현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 아론앞에 두 가지의 상징적인 동물이 등장합니다. 바위를 깍다가 떨어뜨린 칼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와 협곡 위 하늘을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가 그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해보려고 하나 개미같은 미물만큼도 안되는 나약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아론은 비디오카메라를 켜고 “준비되었습니다”라고 녹화합니다.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습니다. 순간 들려오는 인기척에 “HELP!”(살려주세요!)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그였으니까요.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환상을 봅니다. 가족과의 단란했던 한 때, 친구들과의 재미있던 순간들, 사랑스런 애인과의 시간들. 그들에게 냉정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 봅니다.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은, 자포자기에 빠져  죽을수도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받게 되는 유혹들입니다. 아론은 배고픔, 명예, 성욕의 세 가지 유혹에 시달립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40일 금식후에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받으셨던 것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괴로워하는 아론에게 여전히 정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인공의 고백은 결국 자신의 팔을 짓누르고 있는 바위에 대한 애정으로 바뀝니다. “이 바위는 여기서 몇만년을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이 바위 뒤에 나의 진정한 삶이 기다리고 있어”라는 고백을 통해 자신이 당한 사고가 끝이 아니라 축복으로 이어지는 통로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론은 그 결론을 위해 자신의 팔을 자릅니다.
 영화가 끝으로 치달으면서 아론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가장 큰 괴로움이었던 갈증을 해소하고자 여러 방법을 써보았으나 다른 사람들이 생수를 갖다주어서야 해결이 됩니다. 내 자신감만으로는 할 수 없던 일들을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 가능하게 됩니다. 물을 주는 사람, 발을 맞추어 도와주는 사람, 졸면 죽는다며 “wake up!”(일어나요!) 흔들어깨우는 사람까지 그를 돕는 손길이 늘어날수록 아론은 따뜻함을 느낍니다.
 이 영화는 대사가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도와주세요!” 였으니 할말 다한 겁니다. 헬기와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영화는 끝이 나지만, 이 영화가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실제 주인공 아론의 행방이 궁금해질 것입니다.
 현재도 아론은 협곡을 넘나드며 모험을 즐기고 살고 있습니다. 잘린 팔로 수영을 하며 협곡을 등반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그가 자른 것은 자신의 교만이었고 반면에 얻은 것은 더 큰 축복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오른팔이 바위틈에 끼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