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경제학자를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그는 퀴즈를 냈습니다. 저는 경제학에는 문외한이니 부디 상중하에서 ‘하’ 정도에 해당되는 쉬운 문제를 내달라고 부탁했지요.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케이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케이크를 여럿이 나눠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나누면 되겠습니까?”

  순간 저는 아주 쉽게 생각했습니다. “사람 수대로 잘라 나누지요” 그러자 그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반드시 공정한 분할이어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들 중에는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도, 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렇듯 개인의 케이크 선호도에 따라 나눌 수 있지만 또 그 사람의 체중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체중이 80kg인 어른과 체중이 20kg인 아이가 똑같이 반씩 케이크를 나눠 갖는다는 것은 왠지 불합리하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경제학자는 체중, 선호도 두 가지 모두 부풀리기 유인으로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다음 방법을 얘기했습니다. 바로 A가 케이크를 자르고 B가 선택하는 것이지요. 이때 B가 선택을 거부하면 A와 역할을 바꿉니다.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분배의 문제가 있을 때 소위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반복하면 공정한 분할로 귀결된다고 설명한다고 합니다.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저는 고난과 시련에도 이와 같은 공정 분배 법칙을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구장창 시련만 혹은 축복만 받는 사람도 없는 우리네 인생길. 물론 개개인에 따라 상대적으로 강도와 빈도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님 역시 우리 인간들에게 고난과 축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계신 건 아닌지요. 물론 하나님의 구체적인 분배의 방법은 감히 알 수 없지만, 경제학자와의 그날의 대화를 통해 마땅히 인생살이 중에 피할 수 없는 고난을 겪을 때 인간이 어떻게 감내해야할 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케이크를 자르고 나누듯 고난과 시련도 A와 B가 서로 받고 나누는 것. 가령 이런 것이지요. A가 고난을 당하면 B가 뜨거운 중보기도와 따스한 위로의 말 한마디로 그 고통을 덜어주고, 또 시간이 흘러 B가 고난을 겪을 때는 A가 해주는 식 말입니다. 그러니 내가 평안할 때 옆에 사람을 위해 울어주고 내가 힘들 때 옆에 사람에게 기도의 힘을 빌리는 것은 우쭐댈 일도, 미안해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제가 당신에게 문제를 내겠습니다. 상중하에서 ‘중’ 정도에 해당되는 문제로 말입니다. 늘 크고 작은 고난의 산을 넘나드는 우리네 인생길에서 당신은 지금 케이크를 자르는 A입니까? 아니면 B입니까?

황여정(자유기고가)